양성평등주간 특별전에 초대를 받았을때 내심 당황했다.
미투운동이나 양성평등운동의 주체가 되기에는 당당하고 주관적인 삶을 살아온 여자들이 대부분인 집안 분위기상 뭔가 공정치 못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내 입장에선 너무나 다행스럽게. ^^
첫 만남에서 꺼내진 주제가 살림;살이가 아니었다면 지레 포기했을지도 모를 전시다.
비록 평등의 주체는 될 수 없을지라도 살림을 통한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건강한 여자들이 내 주변에 잔뜩 있다 싶어 순식간에 걱정이 사라졌다.
이어지는 사진전들을 통해 전시사진은 반드시 액자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틀을 깨고 있다.
규격화되지 않은 엄마의 야생성은 액자가 아닌 거친 목판으로.
자유로운 사고는 색의 흐름으로.
투명필름을 관통하는 빛의 간섭은 다양한 각도에서 보이는 서로 다른 장면들을 통해
엄마 위로 겹쳐져서 젊은 시절의 엄마를 구현한다.
엄마의 시간 속엔 딸과 손녀가 녹아있다.
아버지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엄마의 삶을 묻기 위해
카메라 앞에 엄마를 세우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순간순간 울컥 했다.
남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여주는 일을 하면서
진짜 나의 영웅, 엄마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진 것이다.
마침내는 사진을 찍는 내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내가,
평생 내편인 엄마의 시간을 들여다보면서 작품의 완성 이전에 스스로 감동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