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 위하여
접시를, 컵을, 나를 닦는다.
뽀득 뽀득 뽀드득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거품이
함지박만한 설거지통을 채우다
폭삭 꺼져 들어가는 동안
접시 하나에 밥벌이의 비루함을
컵 하나에 늙어감의 서러움을
겨우
함지박만한 슬픔에도 휘청거리는
이 초라하고 역겨운 허영을
뽀득 뽀득 뽀드득
참아 내기 위하여
견디기 위하여
지난 것은 모두 쉬웠고
지난 것은 모두 편했으며
지난 것은 모두
라고
잊고 살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어설픈 희망에 길들여져서
겨우
함지박만한 슬픔 따위에도
녹록하게 보이는
만만한 나를
기를 쓰고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