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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녀 Nov 24. 2018

중년의 생일

곰곰 생각해보니 생일과 첫눈이 만나진 날이 많았다

눈만 오면 깡총거리던 소년의 시절,

낭만적 감상에 빠져들었던 청년의 시절,

다 지나고 중년이다. 

생일날 첫눈이 내려서 더 행복할거라 여기는 이들이 아직도 주위에 있다니, 

축복같은 인사를 받으면서 새삼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철이 없는게 아니어서 다행이야, 라는 안심은 옵션.

몇 년 전만 해도 주간 내내 매일같이 

어제는 누구와, 오늘은 어느 그룹과, 모레는 이런 저런 모임들과

생일축하를 핑계로 만나곤 했었다. 

제주행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주간 야행(?) 습관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주변인들과 함께 보내는 날이 많았는데

올해는 정말이지 오롯하게 가족들과 보내고 있다. 

잠깐 잠깐 외출하는 시간을 빼면 1주일 내내 가족들과 함께다. 

이제 많이 노쇠한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많고

동생 내외, 조카들, 이모님들, 사촌동생의 가족들까지.

꽤 많은 친척들과 조우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재생되고 있는 어린시절을 만나면서

자꾸 웃게 된다.   

무엇이든 지나고 나면 쉬워진다는 말이 진리다. 


生, 

태어난다는 것, 이름 붙여진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오늘 하루만이 아닌 모든 날들에 힘이 실리기를. 

그리하여 삶 전체가 전부 열망이기를.

세상을 향한 문을 열기 위해 가졌던 고통과 희생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결과로 살아남기를. 

그리하여 산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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