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만으로 보자면 요즘 주말 마다 펼쳐지는 가족들의 밥상머리 대화 같다. 서로의 습관이나 생각을 꿰뚫고 있어 앞 뒤 없는 설명에도 전해 듣는 사건들의 정황을 이해하는 그야말로 가족만이, 가족이라 이해할 수 있는 대화. 가족끼리의 대화는 주어, 서술어, 목적어가 제자리에 있지 않아도 전하고자 하는 결론을 끄집어내는데 무리가 없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가족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그 대화는 막연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대강의 판단을 강요하니까.
판소리를 처음 접하거나 잘 모르는 이들은 국악계에 미남배우(이봉근)가 떴다 정도로 이해할 수도. 주연 배우가 뛰어난 소리꾼인지라 그의 소리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이 있었지만 영화는 그의 단독공연이 아니기에 이야기 흐름의 맥이 끊어질 때마다 안타까웠다. 원인은 전문가들이 잘 알 것이니 언급하지 않겠다. 판소리의 생성과정을 보여준다 하기엔 이야기 전개가 뚜렷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는 모양새고 배우들 각각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 주었지만 이를 전체 이야기 속으로 담아내지 못했다. 놀랍게도 킬링포인트는 아역배우(김하연) 담당이었다. 어딘가의 관람평에 ‘내가 판소리영화를 보다 울다니’가 있었는데 공감한다. 심봉사 눈 뜨는 장면-눈 떴다! 남주의 표정 클로즈업과 동시에 사람들의 외침소리가 있었어야-을 비롯해서 꽤 여러 장면에 왜 대사를 아꼈지? 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 연기가 안 되는 배우들도 아닌데 대사가 적으니 장면 이해도도 떨어지고 감정과잉처럼 보이는 장면들도 많고. 그래서 가족의 밥상머리 대화 같다고 한 것이다. 제각각 말하고 적당히 알아듣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조정래)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에 음악영화로써의 가치에 점수를 준다. 한국 고전음악을 잘 담아낸 영화적 시도라 하겠다. ‘귀향’도 사실 영화보다 음악이 좋았다는 기억이 남았는데 ‘소리꾼’도 그럴 것 같다. ‘아리랑’과 ‘가시리’처럼 ‘심청가’도 귀에 쏙. 개인적으로는 연기와 소리가 겹쳐지는 장면들이 좋았다, 사실 그 장면들이 없었으면 소리꾼의 상상이 판소리화 하는 과정조차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쉬움 또 하나, 한국말을 영어로 바꿀 때 멋없어지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번엔 영어제목이 아쉽다. soul이나 spirit, 하다못해 expert라도 붙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나저나 시사회장에서 선물 받은 CD속 음원이 영화보다 좋을까봐 슬쩍 걱정이 된다. 노트북도 데스크탑도 CDP가 없는데 어디서 듣지? 빨리 듣고 귀호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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