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은숙의 길을 응원합니다.
제주에서 만났으나 제주의 연이라 하기엔 제주에서 맞닥뜨린 순간이 많지 않다.
그도 나도 ‘육지것’인지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방식대로 어울리는 시간들이 필요했고
그나 나나 주변에 사람이 들끓어서 특별한 교차점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사실 그런 순간들에 몇 번 본 것이 전부다-
따로 시간을 내서 보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다고 짐작을 할뿐.
소리를 하는 사람이지만 정통 국악이라고 알고 있지는 않았고
요즘 유행하는 퓨전국악이라 판단하여 그 또한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국악은 목소리보다 악기 연주를 선호하는 취향이라서 그랬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그는
나와는 다른 느낌의 사람이라 익숙함보다는 낯설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의 소셜엔 사건이나 주변보다는 감정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당기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잘 모르는데 알고 싶은 사람, 낯선데 알 것 같은 사람, 그런 느낌이다.
-그게 대체 뭔 느낌이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웃지요-
아마, 그도 나와 같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마음은 양방향으로 길이 나있으니까.
판소리라니. 그것도 ‘심청가’ 완창이라니.
지난달에 특별시사회로 만난 ‘소리꾼’영화를 보고 난 후라 어랏!을 외치며 달려갔다.
그가 명창 집안의 자손인 것도 몰랐고, 쟁쟁한 문화재들 틈의 삶인 것도 몰랐다.
아팠던 것이 몸이었는지 마음이었는지도 확실히 몰랐지만
오랜 방황 끝에 제자리를 찾아 돌아간 가족의 품인 듯
따뜻하고 넓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사뭇 칼칼하고 명료한 소리를 예상했다가 의외의 울림에 놀랐다.
영화 ‘소리꾼’ 속의 남자 배우와 또 다른 느낌인데
현장과 녹음의 차이일 수도 있고
남녀의 소리 차이일 수도 있다 여기며 즐겁게 들었다.
-음...남녀가 바뀌었다는 느낌도 살짝;;;; 허허허-
심청가 완창을 듣고 나니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졌다는 건 안 비밀;;;;
4시간 넘게 잠시 잠깐씩 목을 축이며 소리를 이어가는 그를 보면서
살아 온 인생의 고개마다 모두가 저리 멈추었었지 했다.
덕분에 판소리 완창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나름의 진정이 없으면 교감을 얻기 어렵다는 것과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그와 우리가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첫발을 내딛은 그에게 위로와 격려를 더한 축복의 인사를 남긴다.
이제 드디어 자기 자리에서 자기 소리를 찾았으니
자기 무리까지 잘 이끌어가는 시대의 명창이 되어주세요.
*공식 사진사가 아니라서 감히 카메라를 꺼내지 못해 폰앱으로 무음카메라라는 걸 써봤는데 폭망;;;
*영상 또한 폰 카메라를 써서 개망각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보여줘야하지 않나 싶어 몰래 찍었;;;
*대체 왜 심술에 끌리는 지는 모르겠으나 놀부 심술과 뺑덕이네 심술은 들을때 마다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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