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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녀 Jul 04. 2021

월.광.백.

깊은 밤, 이슬 머금은 찻잎에 달이 담겼다

몇 년 만에 짬을 내어 들른 지인의 공방에 때 아닌 다실이 열렸다. 급조되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깊고 그윽하다. 차를 우려내 대접하는 이를 ‘팽주’라 부른다는 것을 배웠다. 차례차례 순서를 지켜 차를 마시는 과정을 몇 달 전 공주여행에서 경험했던 터라 어색함 없이 어울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세계다, ‘팽주’의 가르침이 하나하나 새롭고 신기했다. 차를 잘 몰라도 입맛만큼은 누구보다 예민한 티를 폴폴 내며 느껴지는 대로 지껄였다. 한 가지 차를 매일 마시면서 차 맛의 기준을 잡고 난 후에야 맛을 비교할 수 있다 하니 공자 앞에서 문자 쓴 격이다. 두 번째 자리에 첫사랑처럼 달콤한 차를 만났다. 월,광.백.           




대만 자심차 예술의 시초인 주인지의 작품이란다. 

1994년 처음 개발되었고 보이차 또는 백차로 분류한다.

발효가 된다는 측면에선 보이차, 열을 가하지 않는 특성으로 보면 백차.

찻잎의 채취부터 가공까지 햇빛 차단 달빛으로만 만들어지는 제조 과정의 특징이 있고 

1아1엽 오래된 나무의 봄 찻잎만을 사용하고 이 때 잎은 검정, 싹은 흰색으로 변하여 그 모습이 밤에 달이 뜬 모습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월광백이다. 살청, 유념 등의 가공과정 없이 자연바람으로 발효 건조시켜 만드는데 깊은 밤에 이슬 머금은 찻잎을 따서 흙더미 속에 넣고 달빛에서 자연 발효시키고 바람에 건조한다. 햇빛은 차향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다례는 차를 달이거나 마실 때, 손님에게 권할 때의 예법을 말한다. 

호기심이 동하여 필요한 도구들을 검색으로 찾아보았다. 

찻주전자를 이용해 차와 더운 물을 넣어 차를 우려내고 귀때그릇은 물을 식히는데 사용한다. 차를 마실 때, 뜨거운 물을 귀때그릇에 담고 적당히 식으면 그 물을 찻주전자에 차와 함께 넣는다. 개수그릇은 찻주전자, 찻잔의 예열에 사용한 물이나 첫 탕에서 차를 씻어낸 물을 담아두는 데 사용한다. 필요 없는 물을 버리기 위해 따로 담아두는 그릇이므로 재질은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 자유롭게 선택한다. 찻잔은 차를 담아 마시는 잔. 사람 수에 맞추어 준비하는데, 일반적으로 5개가 다구를 구성한다. 찻잔을 받혀주는 역할을 하는 찻잔받침은 도자기, 나무, 짚, 천 등을 사용하는데 잔과 받침이 부딪히는 소리가 거슬릴 경우, 도자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차시는 차를 찻주전자에 옮길 때 사용하는 숟가락과 같은 것으로, 대부분 대나무 제품이다. 차시가 없으면 숟가락으로 대신한다. 이 외에도 다구의 청결을 위한 찻 수건, 찻주전자를 받치는 주전자 받침, 다구를 올려두는 찻상 등이 있다. 차 준비 - 물 준비 - 예열 - 차 우리기 - 우러난 차를 한 번에 채우지 않고 찻잔을 옮겨가며 조금씩 나누어 따르는 순서로 차를 즐긴다.       




새 작업실에 다실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심오한 차의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 즐기고 음미하는 정도는 해도 좋을 듯하다. 반드시 모시고 싶은 차도 생겼다. 월.광.백.

첫 사랑은 언제 떠올려도 상큼하고 달달하다. 서투름조차도 싱그럽게 여겨지는 그 순간을 차로 만끽하련다. 인연의 실을 길게 잡아 이끌어보니 첫 사랑 그가 건넨 연애편지의 첫 문장이 ‘달빛 교교히 흐르는 이 밤...’ 이었다. 그때는 유치하다 했는데 결국 사랑의 본질은 유치함에 있다는 깨달음에 혼자 웃는다. 

모든 유치함은 노년에 이르러 마지막 빛을 발한다.   


팽주 : 최*철

참석 : 송*경/정*용/이민정     


#마녀일기 #마녀작가 #마녀스타그램 #다례참석 #만랩으로다례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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