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 만들기

내 세상과 이별하는 중

새로운 세상을 만들 거야

by 보라체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이별 중이야.

누구랑?

이 세상이랑.

??? 죽을 거야?

아니ㅋㅋㅋ 그런 얘기 아니야.

그럼 뭔데?


그냥 나를 둘러싼 세상이랑 이별하려고. 원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차츰 정리가 되고 있길래 정리되는 김에 싹 하려고. 단톡 방을 다 정리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원가족과의 관계까지 정리하다 보니 삶을 좀 돌아보게 되더라고. 잘 됐지. 주변도 나도 여전히 정신이 없었거든. 이런 것도 꼴에 이별이라고 몸이 다 아파. 그래도 결국 다 지나가겠지만.


난 여전히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에 불만이 있어. 더 완벽해지고 싶어. 시간관리를 더 잘하면 좋겠고, 조금 더 부지런하면 좋겠고, 한 번만 딱 마음을 먹으면 운동도 꾸준히 하고 글도 꾸준히 쓸 수 있는 게 나였으면 좋겠어. 근데 어쩐지 쉽지가 않잖아? 평생 동안 어쩜 이렇게 다이어트 한 번 성공을 못할 수가 있는 건지. 나이가 삼십 대 중반이 되었는데 어떻게 여전히 손톱을 물어뜯을 수가 있는 건지. 어떻게 그렇게 돌고 돌아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하는 건지.


예전과 달라진 건 의식적으로나마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 본다는 점이지. 그럼 그럼. 최저임금을 받고 있지만 너무 좋아하는 일을 찾았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퇴근하면 보기 싫고 하기 싫어지긴 하더만 이렇다는 것도 알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 손톱을 아직 물어뜯지만 젤 네일을 하니 덜 물어뜯긴 하더라. 한 번 마음먹는다고 운동도 하고 글도 꾸준히 쓸 수 있는 내 모습이면 좋겠지만 매일 쓰지 못한다 뿐이지 사실 여전히 꾸준히 하고 있긴 해. 다이어트?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대신 플러스 사이즈 옷을 찾아서 잘 사 입게 되었어. 덤으로 그 사이 세상도 좋아져서 예쁜 플러스 사이즈 옷도 많이 나오고~


그래도 아직 충분하진 않아. 더 나아지고 싶어.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내 모습이 있을 거라고 믿어. 그래서 변화를 멈출 수가 없어. 요즘은 내 모습에서 희망을 좀 보고 있어. 그래서 더 가속이 붙었어.


페미니스트 모임에 가입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이 세상과 얇게라도 연결을 유지하려면 페미 친구들만 있는 모임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 아마 안산에서 처음으로 느꼈을 거야. 운동권 사람들이 끼리끼리만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지더라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본인들끼리만 친하게 지내면 뭘 어떻게 하려는 건지? 조심해야지 싶더라. 그래서 셰어하우스에도 가고 청년 주택 커뮤니티에도 들어가고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어. 나 같은 사람이 일반인 한 명이라도 더 만나서 설득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지.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모다? 결국 주변엔 운동권 밖에 없더라. 이렇게 될 일이라면 내 노력은 모다? 무쓸모. 차라리 이 시간 동안 페미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귀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이제 접으려 해. 지금껏 괜히 그랬다 싶어. 세상은 넓고 내가 아니어도 사람은 많아.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하면 되는 건데. 이상한 사명감이었어. 벗어날래. 이제 미련 없어.


글 쓰는 일상을 갖고 싶어. 어떻게 해야 가능한 지 아직도 방법을 찾고 있어. 지난 주말에 우리 집에 책상을 하나 사서 넣었어. 더 많은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아. 유튜버들처럼 새벽 3시 미라클 모닝을 해서 글을 써야 하는지, 퇴근하고 집에 오지 말고 밖에서 글을 쓰다가 집에 들어와야 하는지 또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어. 글 쓰는 모임에 들어가면 도움이 될까? 글 쓰는 모임은 어디에 있는 거야?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 따윈 관심도 없어. 그저 쓰고 싶고, 쓴 글을 내보내고 싶어.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어.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어떻게 가능해지는 걸까. 몰입하고 싶어. 푹 빠지고 싶어. 달리고 싶어. 날개를 쭉 펴고 앞으로 쭉 나아가고 싶어.


내가 이렇게까지 결심하고 탐색할 수 있는 원천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오랜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원가족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수많은 단톡 방을 나오며 점점 더 또렷해지는 나의 원천. 역시 내 옆에 있는 이 사람 아닐까? 내 베이스캠프. 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태양 같은 사람.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가족의 일원으로 나를 기꺼이 받아주는 나의 새로운 가족. 지금도 내가 글을 마칠 때까지 내 옆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집 곰돌이. 우리 곰돌이 덕분에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주변을 자꾸 비워내어야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는 것 같아. 새로운 사람, 새로운 마음, 새로운 생각. 그래서 오늘도 적극적으로 이 세상과 이별하는 중이야. 새로운 게 무조건 좋다는 말은 아니야. 이별하는 만큼 더 나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믿어. 떠나는 만큼 도착할 수 있다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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