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 만들기

DEATH CARD

어제의 나를 떠나보내며

by 보라체

요즘은 나를 돌보며 지내. 직장에서는 다른 상담원들과 함께 집단상담을 받고 있고, 집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온라인 심리상담을 받아. 아침에는 미라클 모닝이라면서 5시 반에 일어나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뒤적뒤적 파헤쳐보는 시간이랄까?


집단상담에서 타로카드를 뒤집었는데 죽음(Death) 카드가 나왔어. 예전의 나와 이별하는 카드래. 타로 선생님은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어. 이 카드가 요즘 내 모습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아.


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껴. 나를 둘러싼 공기도 달라지고, 시간도 달라지고, 습관까지도 모든 게 조금씩 다 달라지고 있어. 어제와 다른 나는 어제와 다른 결정을 내리더라. 달라진 내 모습을 지켜보느라 꽤 바빠.


원가족과의 이별도 그렇더라. 이별할 때가 되어서 결심한 게 아니라 내가 달라져서 이별을 결심한 것 같아. 나는 이제 괜찮은 척을 할 수 없게 된 거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것은 결심이 아니라 '이제는 참을 수가 없네' 류의 어떤 현상이었던 거지. 어차피 정답은 없잖아? 내가 느끼기엔 그래. 나를 세상에 던지고 있달까. 더 내려놓았다고 해야 할까.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내가 담대하고 자유로워 보인대.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나에 대한 코멘트를 듣지만 누군가 나를 어떻게 봐줬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여전히 참 기분 좋은 일이야. 코멘트를 받으면 대답이나 설명을 하게 되더라.


자유로워 보이는 건 아마 잃을 게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몇 년 동안 그저 오늘 단 하루만 보고 매일을 살던 사람이잖아. 오히려 자유롭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담대해 보이는 것도 그래. 나에게는 비밀이 없잖아. 힘들게 끙끙 숨겨왔던 것들을 이 세상에 전부 뱉어냈잖아. 애인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도, 임신 중단을 했던 과거도,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요즘도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상태가 되기까지 꽤 여러 과정이 필요했지.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그나마 이렇게까지 했고 결국 이렇게까지 되었으니까 말이야. 이제야 조금 겪어 봤지만 비밀 없는 세상은 정말 최고야. 누구나 나처럼 자신을 드러내고 살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훨씬 따뜻해질 거라 믿어. 내가 모두의 일상을 응원하는 이유야.


이렇게 나에 대해 하나씩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사실 조금 뿌듯해. 과거의 나는 나에 대해 너무 몰랐더라. 알아갈수록 더 많이 알아가고 싶어 져. 내가 나를 너무 몰라서 그렇게나 부모 말에 휩쓸렸던 걸까? 부모의 말은 왜 그렇게 내게 영향을 미쳤을까.


나의 부모는 내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어. '어쩌면 내 딸이 꽤 멋진 사람일지도 몰라'라는 기대. 덕분에 나는 스스로에게 기대하지 않는 방법을 잔뜩 배웠지.


부모님은 내게 나중에 뭐 대단한 사람이 될 게 아닐 테니까 그냥 지금 시험 봐서 공무원이 되라고 하셨고, 서울대 갈 거 아니니까 유난스럽게 공부하지 말라고 하셨어. 외국 가서 살 것도 아니니까 영어만 공부하지 말라고 하셨지.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1등을 하지 못할 테니 중간까지는 가라고 배웠어.


덕분인지 나는 어떤 시작을 앞두면 내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어. 하지만 그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지. 오히려 난 계속 뭔가를 이루어냈어. 뭔가 결과를 손에 줄 때마다 나는 내게 실망했어. "왜 내가 이걸 해내지? 그럴 리가 없는데. 역시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이렇게. 이상하지?


인생을 도박장에서 룰렛 돌리듯이 살았어. 내 차례가 오면 판을 한번 힘차게 돌리는 거야. 숫자가 몇이 나오면 좋겠다는 기대는 없어. 몇이 나올지 모른다는 예상은 감히 할 수도 없어. 연습도 리허설도 없이 그저 눈 딱 감고 한번 돌려 보는 거야. 좋은 수가 나오면 운이 좋다고 여겼고 나쁜 수가 나오면 그럴 줄 알았다고 실망했어. "오, 이번에는 좀 잘 돌린 것 같은데?" 이런 감이나 키웠지.


이제는 나한테 기대를 걸어 보려고 해. 얼마나 해내고 싶은지, 어디까지 해낼 거라 예상하는지 나에게 더 많이 더 자주 물어볼 거야.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얼마나 해내고 싶은지, 해낼 수 있을지 물어보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물어볼 거야. 같이 방법을 찾을 거야.


그동안 나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이 많더라고.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다 잘 될 거라고, 다 잘 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를 믿고 있다는 것, 나를 응원한다는 말까지도.


아침마다 명상 영상을 틀고 따라 말하고 있어. 가끔은 울컥하더라. 35년 간 나한테 이런 말을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는 게 나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어쩌다가 과거의 나와 이별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어. 성폭력 피해자들을 매일 만나며 뭔가를 깨달았는지, 애인과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꾸밈없이 나를 드러낸 환경이 날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저 오늘 단 하루만 보고 살았던 시간이 모여서 지금에 이른 건지 알 수가 없어. 지금은 내가 왜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지 보다 지금의 내 상태가 이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어.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고 바라보고 알아가며 아껴주고 싶어.


아침마다 따라 말하는 확언 명상인데 여기에도 남겨볼게. 이 글을 읽는 너도 나랑 같이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얼마나 자주 해주고 있는지.


나는 나 자신을 굳게 믿는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좋다.
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는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내 인생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고 있다.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창조의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무엇이든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 나의 직관을 믿는다.
나는 내 내면의 힘을 믿는다.
나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선택한다.
나에게는 내가 원하는 것을
끌어당길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나는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현재를 살아간다.
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러 온
여행자이다.
나는 완벽하게 자유로운 존재이다.
나는 내 능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나는 나의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전한다.
나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나는 결국 다 잘 될 것이다.
- 유튜브 에일린 mind yoga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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