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 만들기

코로나 시대, 용역회사 직원의 일기

누군가 내 근무지 좀 정해주세요.

by 보라체

내 서사를 놓쳤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나는 흩어져버렸다.


용역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참 고달픈 일이다. 우리 사장도 힘이 없고, 우리를 관리하는 원청 직원도 힘이 없다. 누군가 나의 근무지를 결정했으나 누구의 결정인지 나에겐 공유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 콜센터는 분리 근무를 하고 있다. 덕분에 20분이었던 나의 출근시간은 1시간 반으로 늘었다.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 시간. 가진 것 없는 나의 유일한 자원이 공기 중에 휘날린다.


마치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된 것 같다. 나는 회사가 있는 건물에 들어가면 안 된단다. 회사에서 지급해주는 마스크는 택배로 전달받았다.


나는 혼자 일한다. 다른 기관의 콜센터에서 내 자리를 하나 얻어 앉았다. 혼자 한 시간 반 출근하고, 혼자 하루 종일 전화를 받고, 또다시 한 시간 반을 퇴근한다. 팀장님과의 업무이야기는 네이트온으로 한다. 나는 무엇 때문에 한 시간 반이나 출근해야 하는 걸까?


그동안 나는 많은 결심을 했다. 코로나에도 지지 않겠다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어 봐야지. 건강한 식단으로 잘 챙겨 먹어야지. 글도 써야지. 영상도 만들어야지. 아버지 환갑도 준비해야지. 여행도 준비해야지. 6월 6일에는 직업상담사 필기시험을 보기로 결심하고 공부도 하고 있다. 여성들을 위해, 성평등을 위해 일하겠다는 결심도 했고, 구체적으로 지원해볼 직장을 정하겠다고 직업정보도 찾아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부족한 잠, 늘어나는 스트레스. 코로나 시대엔 다 그래야만 하는 걸까? 이렇게 지내야 하는 게 나의 운명이라면 우리 콜센터 사람들 모두 이렇게 지내면 좋겠다. 왜 나만 이렇게 지내야 하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노동상담을 받았다. 부당전보로 노동부에 구제신청할 수 있단다. 근로계약서에 근무장소가 "회사가 지정하는 곳"으로 되어 있어도 구제 신청하는 데 문제없단다.


왕복 40분이었던 출퇴근 시간이 이제는 3시간이 되어있다. 내 영혼이 바싹바싹 마르기 시작한 지 50일이 지났다. 보다 쓸모 있는 삶이 되고 싶은데 현실엔 아무것도 없다.


내 근무지를 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삶의 결정권은 오늘도 나에겐 없다. 늘 통제 밖에 있는 내 삶. 누군가 본래 내 삶으로 나를 데려다줘- 땡깡이라도 부리고 싶다. 내 일상을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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