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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Dec 17. 2021

요양보호사는 성폭력도 참아야 합니까?

피케팅에 참여했었다.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지난 화요일 아침 8시였다.


이후 노조와 지자체 주무부처  면담이 있었고 공무원들은 피해 당사자 선생님에게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되는 거였다고.  센터도 잘못한 점이 많다고 앞으로는 특별히 감독하겠다고 약속했단다.  사건을 계기로 재가시설에 성폭력 조치 관련 공문  뿌리고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공무원들이 직접 살피겠다고 했단다. 성폭력방지 매뉴얼 만들어 뿌리겠다고 약속했단다.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일인지.


피해 당사자인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어떻게 느끼실지 너무 궁금한데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재가요양하시다가 시설로 들어가서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 자체도 천하디 천한 직업인데 재가요양 일을 지자체로부터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위험하게 일을 할 수는 없겠다는 판단이셨다.


요양보호사 샘이 들려준 시설 이야기는 잔혹하다. 주주야야휴휴 굴레에서 33명 어르신을 3명의 요양보호사가 담당한단다. 한 어르신의 기저귀 갈려면 두 명이 필요한데 30여 명 기저귀 갈면 너무 힘들다고 하신다. 일손이 없어서 하루 종일 뛰어다닌다고 하신다. 기저귀나 욕창 패드는 잘 사주지도 않아 비품이 항상 부족해서 절절 매고 계신다고 한다.


어르신이 배변활동을 못하면 손가락을 넣어 똥을 빼라고 시킨단다. 그러다가 상처라도 나면? 보호자에게는 요양보호사 탓이라고 설명하며 요양보호사를 자르는 것이다. 사람도 항상 부족하게 뽑아서 너무 힘들다고 하신다.


이런 요양시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십여 년의 요양시설 일을 뒤로하고 재가로 오셨던 거였다. 그럼에도 다시 요양시설로 돌아가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김포시는 요양보호사를 성폭력에서 보호하지 못했다. 덕분에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일상을 잃었다. 매일 같이 98세 어르신에게 성폭력을 당하면서도 어르신을 피하지 않던 선생님이다. 당신께서 어르신을 피하면 어르신이 넘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 선생님을 김포시는 보호하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해보겠다고 하니 다행이지 싶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야겠다.


- 오늘의 일기 끝 -


덧. 내가 어? 이 사건 때문에 어? 진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어? ㅜㅜ 진짜 어? ㅜㅜ 이렇게 해줄 수 있는 거면 제발 빨리빨리 해주란 말이야 ㅜㅜ 그동안 나 고생했단 말이야 ㅜㅜㅜ 우리 선생님 이제 재가요양일 안 하시겠다는데 선생님 건강 어쩔 거야? 어?ㅜㅜ 우리 선생님 추운 겨울날 아침 일찍부터 62년 인생 처음으로 피케팅을 하게 하고 말이야 어? 뭘로 보상할 거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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