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온라인에서 모여 글을 쓴다.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다. 3일 차. 1화의 인트로 부분도 쓰기 어려운 거 실화인가요? 매번 1화를 쓰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나의 새벽 글쓰기 생활. 오늘의 삼천포는 크로스핏이다.
새벽 글쓰기 시간이 되기 전에 전 날까지 쓴 글을 주욱 읽어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참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앞으로도 내가 쓴 대본을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걸까. 그렇게 된다면 이 작업이 싫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쓴 글이 갑자기 잘 쓴 글이 되어 있을 수는 없을 것이고. 유명한 작가들도 자신의 초고는 쓰레기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 나라고 별반 다를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오늘은 대본에 대한 글은 쓰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대본에 너무 내레이션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출근하면서 킹덤 대본집을 보면서 가볼까. 조금 더 대본이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어.
무슨 액자식 구조니 뭐니 극대본 관련 여러 가지 기법이나 표현방법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공부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있다. 지금 그런 걸 공부하려면 글은 언제 쓰나? 초고를 다 쓴 다음에 내가 쓴 글 재료를 가지고 수정하며 노는 것도 나름의 재미 아닐까? 일단 스토리가 있어야 뭐 수정을 보든 구조를 바꾸든 몇 화 몇 화 별로 시작과 끝부분을 끊어내기도 하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어렵지.
오늘은 삼일째인데 이렇게 글을 쓰려고 앉은 게 참 대단하다. 매일 아침마다 깨워주던 애인이 숙박 출장을 떠나서 곁에 없는데도 혼자 참 잘 일어났다. 아주 대단해.
그야말로 쉼 없이 굴러가는 일상이다. 새벽 다섯 시 오십 분에 일어나서 글쓰기를 준비하고, 글을 쓰고, 아침을 해 먹고, 씻고 출근하기. 물론 아침 해 먹고 출근하기까지 시간이 좀 남는다. 그래서 설거지도 밀리지 않고 다 하게 되고 이불 정리도 하게 된다. 참 신기하지. 그러면서 출근길에는 잠을 좀 잔다. 의외로 김포공항부터 구래 역까지 거리가 꽤 된다. 30분 정도 잠을 자면 개꿀. 그리고 상담소에 가서 아침을 시작하는 거지.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잠깐 쉬다가 다시 운동을 가고, 운동이 끝나면 집에 와서 단백질 셰이크를 먹고 씻고 머리를 말리고 그대로 잠드는 생활. 참 좋다.
규칙적인 생활이 좋은 이유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돼서 이다. 두 달 전에 크로스핏 처음 할 때만 해도 3일권을 사용했으니 오늘 운동을 가는 게 좋을까 내일 가는 게 좋을까 미리 계획을 해야 해서 좀 피곤했다. 이제는 자유이용권을 쓰고 있으니 그런 건 전혀 없다. 그저 오늘만 생각하면 된다. 가고 싶은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갈 수 있는지만 따져보고 장비를 챙겨 출발한다.
연말에 야근을 하느라 월요일만 운동을 하고 화수목금 4일을 연속 결석했다. 그랬더니 몸과 마음이 어찌나 찝찝하던지. 내가 언제부터 운동을 안 가면 찝찝해하는 사람이 되었나? 뭐가 달라진 건지 잘 모르겠다. 근육이 좀 붙어서 움직이는 게 괜찮아졌나.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었다는 인바디 결과 덕분에 내적으로 응원을 받았나. 뭐 근육통이 덜하거나 운동에 참여하기 수월해진 것은 아니다. 오늘도 진통제 하나 먹고 출근해야겠다 싶을 만큼 엉덩이 근육이랑 복근이 찢어질 듯 아픈걸. 그냥 배워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근육통이 심각하다고 운동을 쉬면 다음날은 더 아프고, 그다음 날은 조금 더 아프더라.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운동을 또 하고 다시 1일 차 아픔으로 만드는 게 나은 것 같기도. 말하면서도 너무 아프네.
크로스핏을 왜 진작 접하지 못했을까. 참 재밌는데. 기능적인 운동이라는 게 참 마음에 든다. 헬스는 정말 몸을 키우기 위해서 하는 운동 같았다. 나처럼 몸에 관심 없는 사람은 헬스에 관심 갖기도 너무 힘들지. 그런데 크로스핏은 체력을 올리는 운동 같아. 굳이 말하자면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같은 느낌이랄까. 다 같이 하는 것도 참 커다란 매력이다. 혼자서 외롭게 끙끙대지 않아도 되는 것. 다 같이 으아~~~ 억~~ 흡 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참 매력적이다. 다른 사람 운동하는 걸 보면서 자극도 받고.
어제는 박스 점프가 있었는데 나는 화장실 때밀이 의자 같은 자그마한 의자를 사용해서 박스 점프를 했다. 그래도 처음에 열개는 한 것 같아. 어제 런지 폭탄의 영향으로 마비된 엉덩이가 파업 중이라 영 되지가 않더라.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높은 박스를 어떻게 저렇게 조용히 점프하는 건지 마법 같고 신기하더라.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두근거린다. 맞다. 저 사람들 저러는 거 부럽다는 마음에서 끝나지 않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라는 꿈과 저렇게 될 수 있겠지 라는 확신, 몇 년을 운동해야 저렇게 되는 걸까 하는 기대 같은 게 섞여 있다. 너무 재밌어. 어제는 나도 모르게 어떤 다른 회원분의 박스 점프를 넋 놓고 쳐다본 것 같아서 죄송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러워서 그랬는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우리 애인이 크로스핏을 나와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역시 좋은 게 있으면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일까. 헬스는 크로스핏에 비하면 외롭고 노잼이었다. 크로스핏은 다르다고! 그렇지만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권할 수가 없다. 코로나 때문에 방역지침이 강화되어 원래 10시까지 있던 수업이 8시에 끝이니 사람이 2배는 더 몰리는 것 같다. 방역지침 강화되기 전에도 실내 운동시설의 특성 때문에 모여서 와글와글 한 느낌이 코로나에 예민한 사람들에겐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거든.
이제 여러 명의 와드 짝꿍을 경험했다 보니 조금씩 아는 얼굴들이 생겼다. 물론 대부분 나랑 짝을 이루는 사람들은 초보이다. 물론 그 초보 중에 내 체력이 가장 낮다. 처음 온 회원님들도 처음부터 박스 점프 잘만 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그럴 때마다 마음을 좀 다잡아야 한다. 괜찮아. 나는 비만이니까. 비만에서 정상체중으로 가고 있으니까 저 사람들처럼 잘할 수는 없어. 몸도 무겁고 근육도 약하니까. 하지만 이제 근육이 점점 키워지고 있잖아? 그걸 일상에서 느끼고 있잖아?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하지 말자. 그러기엔 아직 운동이 많이 부족하지!
우리 박스에서는 작년 11월 중순부터 셀프 바디챌린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체지방률 높은 순으로 사람들을 뽑아 주셨는데 내가 체지방률 1등이라고 했다. 좀 자랑스럽고 좀 부끄럽더라. 그래도 열심히 운동 갔다. 그 결과 3주 만에 지방이 2킬로 빠지고 근육이 1킬로 늘어나는 결과가 있었다. 되게 좋은 그래프라고 했다. 지방이랑 근육이 같이 빠지는 건 먹는 걸 잘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근육을 지켰지. 근손실 절대 막아! 단백질을 열심히 챙겨 먹는 탓일까. 너무 뿌듯하지 뭐야. 사실 몸무게는 변화가 없어서 좀 실망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결과를 받으니까 나름대로 상상하게 되는 게 있다. 내 몸이 아직 몸무게가 빠지기에는 근육량이 부족한가 보다 싶은 생각. 운동할 근육이 있어야 운동으로 지방을 태우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인바디 다시 재보고 싶은데 언제 재볼까. 혼자 날짜를 좀 결정해두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재미도 얼마나 큰 재미게요. 크로스핏 얘기하니까 시간이 엄청 빨리 간다.
위의 글은 새벽 글쓰기 20분 만에 쓴 글이랍니다. 매일 이렇게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얼마나 좋게요? 새해니까 이런저런 도전도 해보는 거 아니겠어요? 올 해의 도전, 새벽 글쓰기 3일 차는 너무 성공적이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원하는 일 다 이루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쓰고 내가 느끼는 감정은 참 신난다와 막막함이다. 대본은 쓰면서도 내내 막막하다. 크로스핏 얘기는 생각만 해도 너무 재밌다. 글로 쓰니 더 재밌다.
오늘 글쓰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크로스핏을 정말 좋아한다는 점이다. 내 대본에서 주인공 취미생활로 크로스핏 넣어야지 싶다.
내일 새벽에 글쓰기에서 더 써보고 싶은 것은 역시 대본이다. 1화 이어서 쓰기가 힘들다. 내일은 에피소드 모음 중에 하나를 골라 주욱 풀어서 써보고 싶다.
"대본 쓰기가 막힐 때마다, 써 놓은 글이 내 눈에 차지 않을 때마다 참 속상하지? 너도 잘 알겠지만 초보니까 갑자기 잘 쓴 글이 내 손에서 나올 수는 없을 거야.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수정하면 언젠가는 더 나은 글을 내보낼 수 있게 될 거야. 괜찮아.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글쓰기 하느라 고생 많았어! 대단해! 기록적인 일이다 진짜.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