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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Jan 31. 2023

시간관리를 잘 못해요

2023. 1. 31. TUE.

오늘은 할 일이 많다. 상담소 일을 꽤 많이 좋아한다. 평생 여러 일을 했지만 지금이 제일 좋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에 쫓긴다. 내일 모래 상담일지 마감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수십 개의 상담일지가 남아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한 내에 다 마칠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 이번 달에도 또 마감에 맞추지 못했다는 한심함 같은 감정이 나를 짓누른다. 그래서 오늘 일기는 길게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너무 한심해서. 


지금 느끼는 감정은 '한심하다'이지만 오늘 내내 느낀 감정이 그렇진 않았는데. 감정일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은 그때그때 변하는데 어떻게 오늘 하루의 감정을 뽑아내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여러 글을 좀 기웃거려 보아야겠다.


나는 조울증만 있는 게 아니라 아마 ADHD도 있는 것 같다. 시간관리를 잘 못하는 것은 ADHD의 흔한 증상이다. 나는 정말 ADHD일까. 지난 2주 동안은 조울증 약을 먹었는데 변화를 크게 못 느꼈고 이번 주는 ADHD 약을 먹어보고 있는데 변화를 크게 못 느끼고 있다. 아닌가. 느낀 건가. 모든 것이 긴가민가하다. 어스름하다는 말이 딱 어울려. 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긴 너무 어렵다. 


부작용이겠지만 ADHD 약으로 바꾼 뒤에는 징그럽고 잔혹한 꿈을 꾸고 있다. 깜빡하고 가습기를 켜지 않고 잤다는 이유로 얼굴 피부가 벗겨지는 꿈을 꾼다던지, 애인이 내 몸에 팔을 하나 올려놨다는 이유로 애인의 팔을 던져버리는 꿈이라던지, 사람이 죽고 사지가 찢기고 휘날리는, 평소의 나라면 절대 상상하지도 생각하지도 쳐다보지도 않을 잔혹한 장면들을 매일 꿈속에서 보는 게 많이 괴롭다. 물론 기억력이 후져서 금방 까먹지만.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쫄린다. 의사 선생님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변화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작은 변화는 좀 느껴지긴 해. 작은 일을 해내는 게 전에 비해서 조금 쉬워졌다던가 하는. 하루가 조금 더 길어진 것 같다는.


오늘 일기는 여기에서 마치는 게 좋겠다. 일 하러 가야지.


여전히 일기 쓰는 시간을 딱 정하기가 어렵다. 내 하루의 어느 곳에 듬직하게 딱 일기 쓰는 시간이 자리를 잡아주면 좋겠는데 아직 어디가 제일 좋을지 배치를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일기 쓰는 일상에 적응이 되어 이 일기가 조회수와 상관없이 차곡차곡 쌓이길 기대한다.


굉장히 좋음, 좋음, 편안함, 아쉬움, 나쁨 다섯 개의 그라데이션 중 하나를 선택해 감정일기와 함께 기록합니다. 어떤 그라데이션이 어떤 감정의 단계인지는 저만 아는 비밀입니다. 근데 아마 앞으로 쌓여갈 감정일기를 보시면 누구나 정답을 맞히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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