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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체 Feb 03. 2023

우당탕탕 엉망진창 ADHD의 하루

2023. 2. 3. FRI.

일 욕심이 생겨서 무리를 하고야 말았다. 오늘 허리주사도 맞았고 발이 저릿저릿한 와중에 동네 독립서점에도 다녀왔다. 하마터면 일기를 놓칠 뻔했어! 오늘의 감정은 "곤란하다."이다.


수요일부터 약을 바꾸고 나서 목요일 아침에 너무 피곤하더니 금요일인 오늘은 아침에도 좀 상쾌하더라. 어제처럼 졸리지가 않더라. 참 신기해.


그치만 뭔가 하루가 우당탕탕 지나갔다. 역시 ADHD인가 싶어서 속이 상했다. 나란 환자는 조울증이어도 속상하고 ADHD여도 속상할 요량인 듯싶다. 하루종일 나를 곤란하게 했던 오늘치 증상들을 모아봤다.


믹스커피 타는데 찬물을 부었다.

사람 불러서 하지 않아도 될 혼잣말을 사람을 불러서 주절주절하더라. 상대방 반응: "?"

일을 진행하지는 못하고 일이 많다는 생각만 계속 들고 일에 압도되더라.

일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잠깐 방황을 하더라.

더 급한 일은 건드리지도 않고 전-혀 급하지 않은 일만 붙잡고 있더라.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따를 수도 없어서 곤란해.

애인한테 서점 간다고 얘기하려는데 카페 간다고 잘못 말해두고 알아차리지도 못하더라. 애인이 카페 어디 가냐고 되물었는데 그때 내 반응 : "응? 웬 카페?"

친구랑 통화하는데 내가 자꾸만 친구 말을 끊더라
회사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문을 안 닫고 발을 빼다가 신발이 벗겨지더라.


이게 뭐야 진짜? 증상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어찌나 당황스럽고 곤란한지! 지난주에 콘서타를 먹으면서 침착하고 집중력 있는 며칠을 살아봤더니 주의력 없는 지금의 상태가 더 인식이 잘 되는 것 같다. 이런 증상은 어제부터 나왔다. 어제는 어땠냐면.


출근을 했는데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기분이 점심시간 지나서까지 이어졌다. 계속 자고 싶고 눈이 감겼다.

아침에 배가 고파서 사과를 깎아 먹으려는데 세상에! 너무 귀찮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결국 배고픔에 패배하고 나서야 사과를 씻어 왔는데 깎아 먹다가 사과를 놓친다. 사과가 키보드에 떨어져 책상 위를 구른다. 이유도 없었다. 그냥 떨굼. 요즘 운동해서 손에 힘이 없지도 않은데. 누가 날 부르거나 말 시키거나 건드린 것도 아닌데. 심지어 사과 먹다가 사래까지 걸렸다. 대체 왜?

책상에서 일하다가 잠깐 폰 보려고 손 뻗다가 손을 다친다. 쿵. 대체 왜? 거기 왜 부딪히는 거야?

점심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일어나다가 허벅지를 책상에 부딪힌다. 쿵. 대체 왜?

뭔가 일을 다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우울함. 난 역시 안 되려나.

퇴근 후에 집에서 2시간만 일을 더 하려고 했지만 전혀 하지 못했다. 이유는 없었다.


나 진짜 ADHD 아냐? 주의력이 진짜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니냐? 나 누구한테 물어보냐? 진짜 답답하다. 나 자신이 답답해~~~ 자꾸 이러면 내 일상이 너무 곤란해. 나 잘 살고 싶어. 우당탕탕 말고 이거 해야지 결심하면 딱 해내고, 저거 해야지 결심하면 또 딱 해내고 그렇게 살고 싶어. 지금처럼 우당탕탕 엉망진창 빙글빙글은 너무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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