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tudio Feb 09. 2017

나도 내 삶을 사랑해야지

벤자민 버튼에게 배우다

밝히자면, 난 우울하고 비관적인 사고를 하며 비합리적인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게 살고 싶다.

내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요즘 잔뜩 비관적인 사고에 빠져들어 내 인생은 처음부터 틀려먹었다며 좌절했다. 새벽 2시에 희망으로 잠들고 정오가 되면 절망으로 깨었다. 영원히 반복될 것 같아 불안했다. 이럴 바에야 포기하고 될 대로 사는 게 낫지 않은가, 하다가도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길 가다 고개를 젓고 잠을 자다 젓고 울다가 젓고 젓고 또 저었다.  


어제 '문화의 집:Write on' 공동체 사람들과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함께 보았다. 괴물로 태어난 벤자민 버튼. 사람들이 너의 삶은 비극적인 것이라고 포기를 조장할 때 벤자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감사하고 사랑했다. 벤자민이 이런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지지해 주는 그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 벤자민 버튼을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벤자민에게 배웠다. '나도 내 삶을 사랑해야지.'

나는 기본적으로 우울하고 비관적인 사고를 하고 비합리적인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내 삶을 사랑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게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이다. 내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절망할 지라도 내일은 용기 내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나를 옆에서 지켜보아 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 내 삶을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못난 점을 묵상하기를 그치고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다. 영어공부도 그렇고 앞으로 배우고자 하는 전공 공부도 그렇고. 내 안에 차곡차곡 전문 지식을 쌓아가는 거다. 이 전문 지식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다. 그리고 외국에 많이 나가는 거다. 이런저런 세상을 경험하고 이런저런 문화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다. 영어로 소통하고 웃고 울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며 사람을 알아가는 거다. 이 과정에서 나와 같은 비전이 있는 그 한 사람을 만나는 거다. 나는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겠지만 그럼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한 사람을 만나는 거다. 사랑을 하는 거다. 사랑을 배우는 거다. 사랑을 주는 거다. 이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는 거다. 함께 나를 살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거다. 사람들을 만나 사진을 찍어주는 거다. 순간이지만 영원이 될 이야기를 기록해주는 거다. 각국의 청소년들을 만나보는 거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화를 통해 함께 소통하는 거다. 죽을 것 같은 단 한 사람이라도 함께 살려내는 거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거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 옷, 머리 스타일, 신발이 무엇인지 아는 거다. 건강한 육체를 갖는 거다. 구릿빛에 탄력 있는 피부를 갖는 거다. 여름이 되면 수영을 하고 겨울이 되면 스키를 탈 줄 아는 거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 서핑을 할 수 있는 거다. 바다로 뛰어들어 그 파도를 즐기는 거다.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세계를 즐기고 누릴 줄 아는 거다. 나의 우울함을 부정하지 않는 거다. 오늘의 우울함을 잘 감당해내고 사랑해주는 거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거다.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거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거다. 내 인생에서 사실 돈은 많이 못 벌거다. 그럼에도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영원토록 찬양하는 거다. 나의 자식들에게 사랑을 내려 보내주는 거다. 첫 모태신앙으로 태어날 그 아이들을 축복하고 부모로서 믿음으로 본을 보이는 삶을 사는 거다. 세상을 올바르게 가르쳐주는 거다. 그리고 결국엔 잘 죽는 거다. 내 장례식장에 오는 사람들이 '부영이의 삶을 쭈욱 보니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 게 분명해. 나도 천국에 가면 부영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겠지?.' 하는 거다. 하나님 품 안에서 일평생 내가 경험한 일을 조잘조잘 떠들어 대는 거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을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고대하는 거다.

 

정말 이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6년 12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 테이블 마운틴 위에서, 순간이지만 영원이 될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부영


매거진의 이전글 첫사랑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