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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tudio Jun 21. 2017

너의 빛나는 사랑을

사랑하는 나의 조카 민진


지난 주일, 처음으로 동생과 조카들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 민진이는 '친구들 만나러' 가는 줄만 알고 따라왔다. 어린 기태가 가야 하는 영아부와 민진이가 가야 하는 유아부 공간이 달랐다. 오전 11시가 되어서,


"이제 엄마는 기태랑 친구들 만나러 가고, 민진이는 이모랑 친구들 만나러 가자."


생각보다 순순히 내 손을 잡고 따라왔다. 유아부는 4-5세 아이들이 모여있어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으로 민진이 손을 잡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내 무릎 위에 가만히 앉아 있더니 저 멀리 있는 책과 장난감을 발견했다. 블록 쌓기를 하며 기다렸다.


핑크공주 민진이를 사로잡은 블럭 쌓기 놀이


천사 같은 선생님들의 율동으로 유아부 예배가 시작되었다. 민진이는 내 무릎 위에 앉아서 율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찬양을 부르기도 했다. 아는 동요가 나왔을 때는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불렀다. 예배 마칠 즈음 어린아이 두 명이 앞에 나가 발표를 했다. 민진이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이모. 나는 저기 앞에 나가는 거 안 할래."


아쉬웠지만 그러라고 했다. 하지만 곧, 구원투수 하마이 선생님이 다가왔다. 손에는 라바 포장지로 싸인 선물 꾸러미가 있었다. 민진이는 선생님 손을 잡고 무대로 나갔다. 새 가족인 민진이를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가 환영해 주었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잔뜩 얼어붙은 핑크공주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내 무릎으로 돌아온 민진이는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기태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데 이제 끝났으니까 거기 가서 민진이가 받은 선물이랑 짜요짜요 자랑하자? 용기 내서 저기 나간 것도 엄마한테 이야기 해주자?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양 손에 들린 짜요짜요와 선물을 꽈악 쥐었다.


민진이는 엄마에게 가는 길에 넘어졌는데, 엉엉 울면서도 손에서 짜요짜요를 놓지 않았고 일어나자마자 라바 포장지로 싸인 선물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엄마를 만나자마자 그 무릎에 앉아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하루 가 지난 월요일, 동생네 집에 갔다.  

미열 오른 민진이가 어린이집에서 일찍 돌아왔다. 아파도 엄마랑 함께 오후를 보내는 게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했다. 주일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민진이는 새 가족 환영을 받을 때 찍은 동영상 속, 친구들이 자신에게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은 민진이에게,


"민진아. 다음에 친구들 만나러 또 갈까?"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친구들 만나러 또 안 갈 거야?라고 하니 응 이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친구들 만나러 가고 싶지 않다던 민진이는 동영상을 세 번 넘게 돌려보았다. 핸드폰을 내려놓고서는 "사랑해~ 민진아~ 만나서 반가워~ 사랑해~ 민진아~ 하늘만큼 땅만큼~"을 계속해서 따라 불렀다.


나름 유아부에 적응을 잘한 민진이는 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아진 걸까?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왜 친구들이 불러준 노래를 연신 따라 부른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구나. 민진이는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엄마와 떨어지는 게 싫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닌 엄마와 함께 있기를 선택한 것이다. 민진이는 함께 노는 걸 무지막지하게 좋아한다. 나를 만나자마자 헤어질 때까지 놀아달라고 떼를 쓴다. 나는 깨달았다.



민진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엄마를 사랑하고 있구나.



네 살짜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택한 것이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있는 내 동생이 대단해 보였다. 한 존재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모든 엄마들의 존재가 대단해 보였다.


민진아, 너의 빛나는 사랑을 받은 우리는, 정말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고마워.


오늘은 가장 기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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