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혁신리더 MOA 3기로 활동 중인 '올랑촐랑' 팀이 매달 자체 진행하는 온라인 회의에 나를 초대했다. 올랑촐랑 유튜브 운영과 관련하여 인터뷰에 참여했던 인연 덕분이었다.
그 회의는 올랑촐랑이 그동안 만들어 온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거나 보완하는, 또는 콘셉트를 잡는 과정이었지만 내가 참석했을 때는 간단한 근황 토크가 한창이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잠깐 나누고 빠르게 끝났지만 나를 포함한 몇몇 다른 MOA 멤버가 함께 했던 그날의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그래서 이것을 발전시킨 연말 MOA 자체 송년회를 열어보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1기 기수장인 나는 2기 기수장 재키잼과 3기 기수장 우니, 그리고 활동 담당자 후니훈과 채팅으로 송년회에 대한 아이디어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일정과 내용을 정리하는데 이르렀다.
마침 3기 프로젝트 평가회의 일정이 12월 21일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회의 이후 시간인 12월 21일 화요일 오후 8시 30분이라는 일정을 고정시켰다. 송년회의 콘셉트는 자유분방, 마구 떠들기로 정해놓고 말이다.
코로나 여파가 없었으면 아마도 상상하기 힘든 송년회일 것 같긴 하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영월, 세종, 천안, 인천 등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멤버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함께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하면서 온라인 화상 시스템이 보편화된 것에 대한 수혜를 어쩌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MOA 멤버 수는 1기 19명, 2기 10명, 3기 8명으로 총 37명에다가 운영진을 포함하면 마흔 명 가까이 되었지만 모일만한 상황이 되는 사람들을 15명 내외로 생각하고 준비했다. 기수별 단톡방과 모아 단체 커뮤니티 슬랙에 일정을 공지하며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오직 간단히 마실 맥주나 음료만 준비하게끔 했다. 송년회의 취지에 맞는 캐주얼한 분위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혁신리더 MOA는 태생부터 늘 '혁신'이라는 단어에 메어 있었다. 무엇이 혁신인지, 어떻게 해야 혁신가가 되는 것인지,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는 혁신이 있는 것인지 매 순간 묻고 또 물었다. 그룹이 만나든 개인과 개인이 만나든 진지하게 그놈의 혁신을 찾아가려고 애쓰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이번 송년회만큼은 엄숙하고 무거운 질문을 내려놓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편안한 분위기로 가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래서 최초에 생각했던 온라인 레크리에이션이나 퀴즈 등의 거추장스러운 의식행사를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회의 전까지 고민하긴 했지만 )
<MOA 송년회> 당일, 3기 멤버들이 일찍부터 게더타운에 모여계셨다. 청소년계 화두인 메타버스를 경험해 보자는 취지에 동참하게 되었던 것이다. 모든 회의가 끝날 무렵인 8시즈음, 줌 회의실 오픈에 대해 2기 기수장 재키잼과 대화를 나누다 잠시 게더타운을 경험했다. 내 아바타가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작은 미션도 하는 것이 흥미롭긴 했지만, 낯설고 어색했다. 무엇보다 아직 익숙지 않다는 사실에 편안함을 추구한 송년회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경험은 잠시 잠깐으로 마무리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플랫폼 줌 ZOOM으로 송년회를 안내했다. 곧바로 12~3명 정도의 멤버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1기의 경우 2019년부터 3년 정도 봐온 사이라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긴 하지만 2기와 3기는 이렇게라도 만나지 않으면 얼굴을 잃어버릴 참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만나면서 익숙해지고 있음이 느껴지고 있어서 감사하기도 했다.
8시 30분, 약속된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3기 프로젝트가 무사히, 그리고 원활히 마친 것에 대한 격려의 박수와 함께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근황을 나누는 것이 우리 송년회의 첫 시작이었다.
학업과 취업, 건강 등의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기도 했고 MOA 프로젝트 이외의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직 퇴근을 하지 못한 야근러들이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고, 대학원에 합격한 멤버에게,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분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시간 30분 정도의 송년회는 근황 토크 이외에도 서로를 향한 질문과 대답이 주를 이루며 꾸준히 대화가 이어졌고 잘 마무리되었다.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멋진 송년회는 아니었겠지만 우리의 삶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송년회가 끝날 무렵, 이 모임이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다른 분들에게 전했다. 마음이 통했는지 같이 모여 있던 다른 멤버들도 내 생각에 동의해 주었다. 자, 그렇담 이제 다음 단계로 이 흐름을 잘 이어가야 하겠다.
2030 혁신리더는 비슷한 또래의 청년 네트워크 집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식이 내게 있는 듯하다. 단기간에 대단한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구조의 프로젝트를 우린 지금까지 펼쳐왔다. 그 프로젝트는 단순히 하나로만 보면 별것 아니겠지만 모이고 뭉쳐지면 청소년계에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여야 하고 또 함께 해나가야 한다.
<MOA 송년회>에 이은 다음 모임은 무엇이 될지, 언제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겠지만 조만간 이 공간에 관련 글을 남길 수 있길 바라본다. 혁신리더가 혁신을 제외하고 수다를 떨고 편안히 웃고 즐겼던 것이 다음 모임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시 모임은 친해져야 재미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