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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27. 2021

관계 맺기 힘들어하는 사회

청지사 레오의 글쓰기 18


비혼을 외치며 결혼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시대의 관습을 그저 문화의 하나인 양 받아들이길 꺼려한다.


통과의례라고 불리던 결혼이라는 제도를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며 법이라는 테두리로 묶여 사는 것에 대해서는 나이를 먹고 나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었다.


그런데 최근 결혼 자체에 생각지도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건 단순히 결혼으로 인한 경제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결혼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결혼비용(주거마련과 예식장 비용, 각종 허례허식 등)이 부담스러워서 또는 결혼 이후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제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결혼을 꺼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보다 더 큰 감정 교류의 부담 혹은 갈등 해소의 어려움을 이유로, 그리고  다름을 서로 인정하기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평생 다른 환경 안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갔던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생각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은 사실 그리 편안한 상황은 아니다. 나 또한 약 1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하면서 항상 좋았건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갈등이 있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문에 결혼을 부정했던 적은 없었다.


어떤 모임에서 결혼에 대한 후배의 생각을 들어보니 '이혼을 생각하고 시작한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비혼을 선택한다'라고 하는 이야기하는 것을 보곤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헤어짐을 미리 걱정해서 만남조차 시도하지 않고 둘이 살면서 느낄 부딪힘이 싫어서 함께 하길 시도하지 않는 것은 사실 내가 이해하기엔 조금 버거운 생각이기도 하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서  관계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니. 나는 지금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것이 아닌 회피하는 시대를 살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여럿이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삶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놀러 다니는 홀로족에 시대가 괜스레 불편해진다. 단순히 자신의 사생활을 보장받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와의 관계망조차를 힘겨워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구조도 더 심해지고 있음이다.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감정이 섞이지 않은 토론문화가 확산될 순 없을까? 그러한 구조의 재정비를 하기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오늘도 갑작스러운 생각 하나로 깊은 고민이 빠지고 있음을 느낀다.


_by 레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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