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으로 몇 달째 주부로 살아가다 보니 주부는 야구로 보면 포수, 축구로 보면 센터백과 같은 듯하다. 밸런스를 못 잡고 자기 공을 못 던지는 투수를 바라보며 마운드 위에 올라가 어깨를 토닥이는 포수처럼, 수비 진형을 정비하고 위치를 바로 잡아주는 센터백처럼, 전방에서 벌어진 실수와 실책에 맞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그 힘듦과 고난을 클리어링하는 선수의 역할이 주부와 닮아있다.
그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흐트러짐 없는 곧은 자세과 온유한 마음가짐일 텐데 그래서일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감정으로 삶을 꾸려가야 하는 것이 주부의 삶인 듯하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갑자기 감정에 복받치거나, 바이오리듬이 오르락내리락거리기라도 하면 그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을 참으로 버겁기만 하다.
집에 있는 사람이 뭐가 그리 힘드냐고 물어볼 수 있다. 집에 있는 사람의 장점은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단점은 퇴근도 없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같은 집안일에 시달리지만 열심을 부린 것에 비해 티가 나는 것이 없다. 그래서 허무할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게다가 가족들의 감정 뒷바라지까지 하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힘에 부치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벗어나고자 노력해보지만 퇴근이 없는 삶은 그에게 고립감과 답답함만을 선사한다.
이것이 내가 직장인으로 살다가 육아휴직으로 맞이한 주부의 삶이다. 그동안 그 존재에 대해서 무감각했던 주부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 순간이기도 하다. 상대를 맞이해 멋지게 삼진을 잡는 투수나 멋진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가 아니지만 우리네 삶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 화려하고 빛나지 않는 위치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 삶을 잠시 살다 보니 새삼 어머니와 장모님, 그리고 아내가 위대해 보인다. 그녀들이 무척이나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