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싶지만 특별하고 싶어

by 서린

나는 튀지 않으면서도 어느 색과도 잘 어울리는 회색이 좋다. 회색은 늘 크게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주변의 색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회색은 검정과도, 흰색과도 잘 어울린다. 파란색과도 잘 어울리지만 분홍색과도 잘 어울린다. 어떤 색이든 잘 받쳐주는, 실패 없는 색이다.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이라 옷을 고를 때도 회색은 가장 안전한 선택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가장 끄는 색은 진한 보라색이다. 특별하고 신비로운 진보라색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살짝 들뜨는 색이다. 하지만 막상 선택지로 주어지면 선뜻 고르기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눈에 띄지 않을지, 나에게 어울릴지, 다른 색들과 색감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만 같다.




어쩌면 회색은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남들의 눈에 비칠 내 모습과도 닮았다. 무리에서 유난히 튀고 싶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요하게 살고 싶은 내 모습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내 본모습은 진보라색에 더 가깝다. 내 안에는 남들이 모르는 넘치는 열정과 흔들림 없는 중심이 있고, 남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러운 구석도 있다.


그렇다고 겉으로 진보라색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오히려 겉보기엔 평범한 회색 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영롱한 자수정을 품고 있는 그런 반전 매력이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가깝다.


결국 회색도, 진보라색도 모두 나의 색이다. 그렇게 겉으로는 차분하고 담백하지만, 속으로는 찬란한 나만의 색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건 욕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평범하고 싶어 하면서도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것처럼, 평범하고 싶지만 특별하고 싶은 마음.


나는 가끔 스스로를 '은근한 관종'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대놓고 주목받거나 관종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 말이나 행동으로 크게 드러내진 않지만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그런 속내.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스포트라이트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싶으면서도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은 서로 충돌하는 욕망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리듬 같다. 너무 앞서 나가도 피곤하고, 너무 뒤처져도 불안한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적당한' 안정을 원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의 흔적 하나쯤은 남기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 아닐까. 안정감에 몸을 맡기면서도 특별함을 찾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결국 삶이란 건 ‘안전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자리’를 찾는 끊임없는 과정일지도.


완전히 평범하기만 한 사람도, 완전히 특별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내 주변의 인물들도 가만히 살펴보면 겉으로는 평범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알면 알게 될수록 특이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론 그 특이한 성격이 매력으로 다가와 가까워질 수도 있고, 거리를 두고 싶은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 비슷해 보이면서도 끝내 같을 수는 없는 존재들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리듬대로 평범하게 특별해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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