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공인 때는 숨겨온 상대방의 가면은 사회에 나오자 벗겨졌다.
당장에 관사는 마지막날짜가 되고
대출은 끝없이 받아둔 상태라서 더 이상 없고
퇴직금으로는
3인가족이 살 수 있는 방은 구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모아둔 적금은 물론,
내가 대학시절 내내 주말알바로 모아둔 돈까지
주식에 넣어서 퇴사하는 날 준다고 하였지만
내가 상대방의 주식을 열 수도 없는 법이라
지금 마이너스라서 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은근히
친정집에 살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제대를 준비한 것 같았는데
더 이상 그 꼴은 볼 수 없었기에
끙끙거리는 나에게 엄마가 오히려 먼저 도움을 주셨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나마
그 명의를 '나'로 해두었다는 점이라고 할까?
이사한 날 상대방은 또 늦었고
나 혼자 이사를 감행하던 중, 도착해서
"아 주식 미리미리 했으면 이거보다 더 좋은 집 가는데"라며
새 출발조차 망쳐버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상대방의 오프기간 동안
나는 아직 1 달이라는 사회생활이 남았는데
그동안에도 아이간식 혹은 식사를 챙기기는커녕
퇴근하고 오면 말하는 건
"아 배고프다"라는 거뿐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일상 중에서도
나는 그때까지도 단 한 번의 주식상태를 본 적 없던 와중
상대방은 말하였다.
"주식 다 팔고 달러 샀는데?"라고
내가 너무 무지했던 탓인지
그 덕분에 여행을 가면 내가 풀렸다고 생각하는 건지
(여행이라 해보았자 상대방 친구 가족들과 하는 여행)
나에게는 뭔가를 더 숨기려고 노력하는 행동들에
점점 의심이 가던 중,
오프기간 동안 왜 시댁에 가지 않냐고 싸움이 났다.
답이 없는 상황에
친정엄마는 잘 지내냐고 커피 한잔 다 같이 하자라고
연락을 해왔고 나는 엄마한테
"시댁을 좀 가면 좋겠는데 좀 서운한 점이지 그건"이라자
친정엄마는 상대방을 좀 달랜다며
"너희 둘, 매번 싸우는 이유 중 하나인데
한번 더 가서 이야기 잘하고 오면 안 될까?"라고 하자
상대방은 대뜸 우리 엄마에게
"아 제가 좀 알아서 하면 안돼요?" 라며
세상 버릇없는 행태를 이제 군인이라는 공인이 아니라서인지
바로 말을 딱 끊고 말을 하자 당황한 친정엄마는 아무 말하지 못하였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댁을 간 적이 있었다.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방문을 하였는데
그때도 친정에 와서 친정오빠 양말도 빌려 신고 아무렇지 않게
빨랫감만 잔뜩 넣어둔 채 다녀온다길래
"가서 가족들끼리 말하는 시간이 있으면
좀 말은 하고 와, 이러이러해서 우리도 연락을 안 했다"라고
상대방은 알겠다고 약속까지 하고 상갓집으로 향했지만
돌아와서 하는 말은
"아 우리 엄마아빠는 너무 불쌍했어.. 다들
오랜만에 보니 좋더라고, 너 때문에 지금까지 형들도 못 보고
다 보니까 너무 좋더라"라며
이전에 상대방이 스스로 안 간다고 하며 안 간 시댁을
다시 한번 내 탓이라고 확인사살을 시킨 후,
다시 한번 시댁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온다 하였고
다녀오더니 하는 말은
"엄마 아빠랑 오랜만에 밥 먹으니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