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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찐만두 Dec 18. 2024

나는 그렇게 91년생 이혼녀가 되었다.

#23. 받았다. 그리고 시작은 지금부터 그야말로 "개싸움"

다음날 아침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먼저 아이와 함께 아침을 든든히 먹고 유치원에 보낸 후,

변호사에게 이다음 진행절차에 대해 알려주라고

연락을 남겨놓은 후,

조금 정신을 차리고 카페에 갔다가

그 동네를 걸어 다녀보았다.


좋은 식당도 아이와 함께 올만한 놀이터도 많았는데

여기에서 나는 그 상대방은 유유히 자기 할 일 하며 스트레스받지 않은데

나는 지금 아이 데리고 와서 뭐 하는 짓이지?라는

자책이 들기 시작하던 와중,

답변이 왔다.


"집행관 연락을 차단시켜서 집행관이 직장으로 간다고 하니

바로 연락이 와서 소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하,,, 그냥 저희 합의 말고 소송으로 진행하여서 

한번 상대방이 '법'의 무서움을 알면 좋겠는데 어떠세요?"

라는 변호사님 전화에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는데

변호사조차도 이런 경우 정말 의외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답변하였다,


"최소한 아이의 안부를 먼저 물을 줄 알았지만

그런 건 전혀 없었고요. 감히 이런 행동을 하냐며 이를 가는데

본인은 변호사선임 안 할 것이며 양육비도 원치 않다고 

나갔으니 나가라는 식이더라고요?

그리고 친정어머님한테 받은 돈도 갚아야 하는 거라 했더니

주식을 다 팔아서 돈이 없고 내가 다니는 대기업은

지금 계약직이라 돈이 없다라고 재차 말하길래

저희 쪽에서 그럼 회사에 전화해서 월급증명서 뗀다라고 하니

내일 전화하라고만 합니다. 

이럴 경우엔 법원 출석하라고 해서 '법'앞에서는 

내가 배 째라고 해도 안되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변호사랑만 전화하면 황당한 기분이었다.

아이도 안 물어본다고? 내가 남의 애를 낳았나?

나의 인생 그 7,8년 정도를 어떤 동물보다 못한 놈이랑 산 거지?

거기에 산 나는 인간이 맞나? 내가 병신인가

내 자책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변호사는 눈치를 챘는지


"그럼 제가 내일 상대방이랑 전화해서

합의금 그리고 양육비는 무조건 줘야 하는 거라고 이야기 한번 더 해보고

최대한 그쪽에 있을 때 끝낼 수 있게 해 보겠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아이 양육비도 밀린 양육비가 되기에

빠른 전달할 수 있게 해 볼게요.

이런 경우 많아요. 자책하지 마시고 저렇게 버티면

결국 본인은 돈 없다고 하지만 변호사 선임해서 출석해야 하니 걱정 마라"라고

내일의 통화를 기약하고 전화를 마무리하였다.


그래, 서류받으면 다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서류도 법도 무서운 게 아니고

본인 '돈' 그놈의 '돈'을 양육하는데 보내는 게 

그렇게 무섭고 세상 벌벌 떠는 놈이었구나.


쿵쾅쿵쾅 거리는 심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는데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이 되었다.

쿵쾅거리며 정말 펑펑 울다가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가서 놀자고 하였다.


놀이터도 보고 바다도 마음껏 본 후,

아이와 함께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다.

그날 간 식당은 "정말 맛없는 인생스파게티"였지만

함께 짠~을 하고 나누어먹는 그 시간 그날의

아이표정까지 아직도 나에겐 내 눈앞에처럼 생생한


아침엔 정말 나 자신이 지하는 물론 나락까지 떨어졌다면

이 조금 한 아이 한 명이 나를 다시 

나 자신이 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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