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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May 04. 2024

준비되지 않은 사업과 무지성 투자

3월은 12월 결산 법인이 법인세를 신고 및 납부하는 달입니다.


덕분에 매해 3월에 1년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처음 설립할 때부터 달랑 책 한 권 보고 설립해서 급하게 주택을 매수하고,

운영하는 동안에도 법인 주택 종부세, 주택 취득세 중과 등 정부 정책을 비난하기만 하고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회사입니다.


특히나 작년에는 전세 재계약 1건 외에는 완전히 버려두다시피 했기 때문에 더욱 미안해집니다.


형체가 있다면, 그동안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고 싶은 아이입니다.



세무사 언니께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예전 법인세 세무조정 보고서를 보니,

법인 설립 후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법인세 항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이 아이를 방치해 두었는지 실감이 납니다.


동시에 지금부터는 정말 잘 꾸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발 청산하지 않고 이대로 이 아이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감히 청산을 떠올리는 것은 2년 전 무지성을 투자한 지방 오피스텔 때문입니다.



어떤 성격의 물건인지도 알아보지 않은 채,

투자 권유에 따라 말 그대로 投(던질 투) 資(재물 자) 했어요.


강 뷰가 나오고 세금 걱정도 없는 분양권 같은 물건이라는 말에 덜컥 2건이나 계약했습니다.


알고 보니 미분양 오피스텔을 신탁회사에서 전세를 맞춘 후 신탁 형태로 계약하는 것이었어요.

투자 카페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물건이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이미 잔금 날짜가 지났으나, 지금은 어찌어찌 전세를 맞춘다고 해도 매매-전세 갭과 취득세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아 방치하고 있습니다.


제발 계약 취소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이미 제 손에 없는 계약금을 손해 보는 것으로 끝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사전 지정 계약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터집니다.

숨이 칵칵 막히는 것 같고, 집채만 한 망치로 머리를 쾅쾅 때려 맞는 느낌이 듭니다.


단순히 손해를 보아서가 아니라, 제 어리석음의 결정체로 보여서요.




부동산 투자를 하고 법인을 운영하면서, 각종 세금과 매매 차손, 대출 이자로 8억 가까이 손해를 보았습니다.


무능하고 어리석은 저의 생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저와 동갑인 일타강사 사업가가 한 달에 수 억씩 벌어들인다는 말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았었습니다.


제 목숨 값을 고작 8억 정도로 확정 지어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한 번 본 적도 없는 분을 선망하고, 질투하고, 다행히 이제는 고마워합니다.


햄릿이 삼촌을 해치려다가 그가 기도하는 것을 보고 '기도로 영혼이 맑아진 채로 죽게 하고 싶지 않아서' 칼을 거둔 장면이 있지요.


제가 앞으로 살아갈 날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욕심 가득했던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영혼을 맑게 하면서 남은 생을 살고 싶어요.


저처럼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

무지성으로 투자를 하시려는 분들께


그게 얼마나 뼈아픈 일이 되는지 알리고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이면 제 삶의 이유가 충분히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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