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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Jun 22. 2024

'내가 무슨' 갖다 버리기

저는 어릴 때부터 옷을 사러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것을 잘 하지 않아서인가,
아직도 대형 쇼핑몰에 다니는 것이 약간 어색해요.

옷은 봐서 예쁘고 맞으면 입는 것이라는 생각이라 주로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편이고요.

천만다행으로 미국에서 구매대행 사업을 하는 사촌 동생이 있어서, 덕분에 제게 잘 맞는 옷을 별다른 노력 없이 사곤 합니다.

옷 구경을 좋아하는 것은 그냥 취향이고,

쇼핑을 즐기거나 그렇지 않은 것 역시 단순한 성격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옷을 사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게 스트레스인 저와 달리,

많은 분들이 옷을 구경하면서 스트레스를 푸시니까요.

그런데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서 올라오는 '주눅 들었음'도 있습니다.

내가 무슨...


저 자신을 '한가롭게 쇼핑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한때는 이런 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에 일부러라도 쇼핑몰을 구경 다니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좋고 예쁜 것을 많이 보아야 같은 가격에 저에게 더 잘 어울리고 좀 더 나은 물건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발품 파는 연습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 드는 마음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어요.
저도 모르게 계획에 없던 물건을 사기도 하고요.


출처: Pinterest gucci


그러다 든 생각이,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무슨 자격이 필요해?

값비싼 사치품이 아니라,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누리는 데에는 자격이 필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럭셔리를 팔려는 회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감탄만 하고 물건을 사지 않는 것(정확히는 사지 못하는 것이지만)을 더 원할 수도 있어요.

희소성을 높이는 과정이니까요.

아무도 자격을 두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가 벽을 세우고 있던 거예요.

"내가 무슨.."
"내가 뭐라고.."

이 생각 갖다 버려요.

한층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움직임을 막는 이 생각은 그냥 갖다 버려요.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움직임에는 아무 자격이 필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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