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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위드웬디
Sep 04. 2024
너희들이 가장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2017년 당시 반포동과 잠원동은 신축과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아 욕망이 분출하는 동네 느낌이었다면,
동부이촌동은 고급 신축 첼리투스와 강북 재건축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한강맨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휴양지 같은 분위기의 동네였다.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잘못 들지 않는 이상, 목적지가 동부이촌동이어야 들어가는 섬 느낌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한강 공원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4호선 이촌역을 이용하기 위해 다니는 길 정도, 그것도 주말에만 약간 부산스러울 뿐이다.
5층 아파트인 한강맨션 덕분에 따뜻한 동네 분위기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쪽으로 떠 있는 해가 하루 종일 이촌동을 환히 비춘다.
흐린 날도 많았을 텐데, '이촌동'을 생각하면 햇살이 환히 빛나는 신용산초와 그 앞길, 멀리 보이는 중앙박물관이 떠오른다.
50층이 넘는 첼리투스가 멋들어지고 웅장하기는 하나, 그늘이 지는 곳에서는 마음까지 어두워지는 느낌이다.
그나마 첼리투스 옆 단지 5층 왕궁아파트 덕분에 탁 트인 사잇길로 햇빛을 받은 한강을 볼 수 있다.
한강맨션과 왕궁아파트가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되면 이 따뜻함보다는 세련된 휴양지의 느낌이 나려나.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살던 동네라서 그렇다던데, 동부이촌동의 식당은 2~3명이 앉을 만한 작은 테이블 네댓 개 정도뿐인 규모의 식당이 대부분이다.
맛집으로 소문난 중국요릿집, 우동집, 돈부리집 모두 복닥 복닥 하다.
좁은 테이블에서 밥을 복스럽게 먹는 아이들이 귀여워서였을까?
우리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늘 주인 분들이 눈에 웃음을 달고 '맛있게 먹어요' 하는 정감 있는 곳이었다.
아니, 그냥 누구에게나 따뜻한 식당들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교 하나, 중학교 하나, 고등학교 하나가 모여 있는 곳이지만, 이렇다 할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동네를 통틀어 영어 학원 하나, 수학 학원 하나, 영어 리딩 학원 두어 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부이고,
아파트 안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형태의 교습소가 꽤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마포나 반포 등의 학원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늘어서 있었을 만큼
동네
안에
학원이 부족했다.
선생님 실력이 좋다는 공부방이나 과외 수업 등을 알아보는 데에 영 소질이 없던 나는
익숙한 반포의 학원으로 아이들을 셔틀 태워 보내고, 주말에는 두 꼬맹이들을 데리고 직접 학원으로 데려다주는 생활을 했다.
2시간 수업을 듣기 위해서 왕복 2시간을 셔틀버스 안에서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때가 참 좋았다 한다.
입시가 끝나면 꼭 다시 돌아가고 싶은 동네라고 한다.
엄마라는 사람이 동네 아파트를 보며
'이 집은 얼마였는데 얼마로 올랐지, 여기는 내가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놓쳤지, 조금만 더 무리를 해서 대출을 받았다면 이 집 정도는 살 수 있었는데.'라면서
혼자만의 지옥을 만들어 사는 동안,
아이들은 햇살과 오래된 나무들의 사랑을 듬뿍 만끽하고 있었다.
배산임수 풍수지리, 용이 누워있는 곳, 애들 아빠의 사주에 얼마나 좋은 곳인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동부이촌동이면 되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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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햇살
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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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에서 가장 가난합니다만
03
"그 집은 전세인 것 같더라." - 덕분에 집 샀어요
04
왜 거꾸로 왔어요?
05
너희들이 가장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06
엄마의 끝없는 욕심
07
오히려 겸손하고 친절한 곳
부촌에서 가장 가난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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