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이라는 세 글자의 시간 속에서

이만큼이나 걸어왔다

by narae

한동안, 이라는 세 글자 안에 나는 혼자서 이만큼이나 걸어왔다. 나는 내 마음이 아리고, 저리고, 쓰리고, 찢기고, 뻐근하고, 딱딱하고, 부들부들 떨려도 홀로 이만큼이나 걸어왔다. 나는 나의 삶을 잘 살아왔다. 잘, 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여기 살아있기에 ‘잘’이란 단어를 썼다. 으스러져가는 마음을 나 스스로가 으스러지지 않게 안아주며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또 무너지거나 울고,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때가 온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포기라는 범주안에 ‘나’를 포함시켜 버리는 것이다. 감정들이 물컥물컥 올라와 연속으로 몰아치는 파도를 마주할 때가 그렇다.


이쯤 되니 조금은 알 것 같다. ‘나’ 스스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내 안에 결핍이나 우울, 부정, 생각, 마음, 미련, 감정들은 오로지 내 안에서 풀어내야 한다는 것. 외부에서 오는 것들은 잘 느낄 수 없는 모호한 것들이며 그것마저도 아주 찰나, 일시적이라는 것. 그런 것들에게 기대하지도, 기대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을. 나 스스로 걸어왔던 ‘한동안’이라는 시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었고, 단단했다는 것임을 나는 알 수 있다. 나는 지금처럼 사붓사붓 걸어가면 된다. 가다가 넘어지고 주저앉고 울고 싶어지면 그냥 그러면 된다. 그리고 또 일어나서 걸어가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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