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하는 대화
내가 울음을 삼키며 보냈던, 지난했던 지난날들을 얘기할 때 나는 웃으며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나의 슬픔을 보네. 글썽이는 눈물을 나 대신 담아주었지. 내가 모래를 툭툭 털듯 사랑에 대한 한탄, 매일을 사는 고단함을 이야기하면 까만 눈을 마주 보며 나의 슬픔을 들어주네. 친구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도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대화를 한다는 생각을 했지.
나는 그런 게 필요했지. 잠깐의 휴식이나 휴가가 아닌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 나의 웃는 얼굴 뒤에 숨긴 그림자를 누군가는 알아채주기를 바랐지.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며 그 뒤에 숨겼던 것들을 꺼내어도 된다는 듯. 나의 연약함이 약점처럼 보일까 봐 꽁꽁 감추어두었던 것들을 이제 모래성 뒤로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네. 그래. 나는 무너져가고 있는 모래성처럼 버텨왔어. 이제 남은 한 줌이 나를 겨우 서 있게 했어.
두 손으로 모래를 가득 담았는데 손가락 사이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지. 나는 그것들을 다 안으려고 했었어. 내가 안으려고 했던 것들은 나에게 무엇을 안겨주지? 정답이 없지. 하지만 대화가 된다는 것은 정답 너머에 있는, 물음표에 대한 대답을 선명하게 하지. 친구와 껴안고 인사를 하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했어. 그래 그것도 하고 싶었어. 서로 안으면서 하는 인사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