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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Feb 25. 2023

나를 쉬게해

바쁘고 바빴다 현대사회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어떤 일은 마무리가 되어 내 손을 떠났고 또 다른 일들은 기다렸다는 듯 빈자리를 채웠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외치며 피로를 머금었다. 제일 피곤한 것은 소리였다. 길을 걸으면 쉴 새 없이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의 말소리, 듣기 싫은 소리들이 들렸다.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딱 한 가지 일정만 두고 마음껏 쉴 거야. 하지만 집에서도 들리는 소음이 있다. 단잠을 깨워 아침부터 들리는 경비실의 안내방송이 미웠고 옆집에서 들리는 말소리가 벽을 타고 울렸다. 아.. 정말 조용한 곳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말의 딱 한 가지 일정은 동네 카페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을 가는 일이었다. 저번에 갔던 듀오의 공연이 좋아서 이번에도 방문했다. 커피로 유명한 카페에서 디카페인을 찾는 나를 위해 달달한 초코 음료를 제조해 주셨다. 자리에 앉아 예쁜 컵에 담긴 초코를 한입 마시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인사를 대신하는 첫 곡으로 카페는 금세 아늑한 공연장이 된다. 나의 눈앞에는 공연을 보는 사람들과 기타를 치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티스트만이 존재한다. 한 음을 칠 때 느껴지는 파동조차 나를 편안하게 한다.


눈을 감고 기타를 연주하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약간의 찡긋거리는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눈을 감은 그의 눈앞에는 음악이 눈으로 보이는 듯하다. 손가락은 계속 움직이며 아름다운 선율을 보내준다. 연주에 몰입한 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피아노는 부드럽게 말을 건네듯 다가온다. 다정하게 천천히 귓가를 맴돈다. 저절로 눈이 감기는 감미로운 소리가 호흡마저 천천히 숨 쉬게 한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곡을 시작하는 순간 속으로 헉하고 놀랐다. 첫 음부터 이렇게 좋다니 나도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 강약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섬세함에 놀라며 이어지는 연주를 들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곡인 만큼 선율은 아름다웠다.


인조적인 조명을 아무렇게나 뿜어대는 술집들을 지나,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더럽히는 사람들을 지나 걸어온 카페는 다른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있는 아티스트들의 연주는 나를 또 다른 곳으로 인도해 주었다. 그들이 봤던 세계로, 그들이 보여주고 싶었던 곳으로 데려갔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여기야, 그리고 이 노래를 들어봐.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에 그들은 더 환하게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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