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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Feb 19. 2023

새 겨울

새로운 겨울을 보내는 시간들

익숙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새로운 겨울이 왔다. 잊혀지지 않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겨울이 그리웠다.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도 코끝에서 느껴지는 겨울바람은 나를 다시 그곳으로, 그때의 시간으로 데려가 앉혀놓았다. 그곳에서 환청처럼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하고 시렸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했던 사람을 보내주고 나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여름에 만나 일곱 번의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 여름에 헤어졌다. 우리는 여름과 겨울을 사랑했다. 특히 그 사람이 좋아했던 겨울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헤어진 이후, 겨울이 다가오기도 전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와 겨울과 관련된 단어들을 듣기라도 하면 심장이 조여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쌓았던 추억들이 무거운 공기로 바뀌어 나를 눌러댔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불안한 시간을 건너갈 수나 있을지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생각조차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나는 정말 완벽하게 혼자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고, 표정을 지어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길을 걸으면 진흙밭을 걷는 듯 한걸음 걸음마다 무겁게 가라앉았다. 걸어가야 할 두 다리에 힘이 생기지 않아 느리게 걸었다. 그때는 자주 무너졌다.


마침표 같았던 여름과 겨울 사이에 나는 생각보다 많이 웃고 많이 운다. 생각보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가 따뜻했던 겨울에 이제 우리는 없다. 나와, 다른 우리가 있다.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들에게 피어나는 마음은 설렐 만큼이나 따뜻하다. 나만 추운 줄 알았던 겨울은 이제 다시 고개를 들고 다리에 힘을 주어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한다.


새로운 사람들이 다가와 함께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인화한 사진을 넘겨보듯, 그 시간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나에게 다가와준, 그리고 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준 ‘우리’에게 나만의 언어로, 표현으로 어깨를 감싸 꼬옥 안아주었다. 어쩌면 그 포옹 안에 나의 마음을 담아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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