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기 싫은데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온다. 오늘은 3월 6일 금요일. 월요일 아침에 시드니에 도착해서 여행을 시작했는데 벌써 금요일이다. 내일인 토요일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일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간다.
한국은 어제 눈과 비가 같이 오는 날씨던데, 가기 싫다. 가면 또 나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겠지. 그런데 그것들이 반갑지 않은, 살아있지 않은. 그렇게 살다 나는 또 어디론가 떠나게 될까.
생각도 너무 많고 번아웃도 왔었는데 시드니에 오고 나서부터는 생각이 많이 없어지고 오늘 뭐 하지, 내일은 무엇을 할까, 가보고 싶었던 데를 찜해두고 시간이 되는 날 가고. 한 군데에 오래 머무르는 여행에서의 장점이다. 보고 싶은 풍경이 있으면 가서 또 보면 되고, 다른 각도에서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돈도 펑펑 쓰니까 행복한 것도 있었다. 돈 생각하지 않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듣고 그걸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드니에 있는 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다. 웅크리며 살던 겨울을 지나 맑은 여름이 있는 나라로 여행을 오니 나의 모든 감각세포들이 기쁘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왜 이제야 왔을까. 아니 이제라도 여기 온 것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추억들이 되었다. 매일매일 다른 색깔의 행복이 나에게로 와주었다. 나는 매일의 행복으로 매일 웃었다. 이 추억이 언젠가는 흐려지겠지만 최대한 기억하려고 방치해 두었던 블로그도 다시 쓰고 있다.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