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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Jul 04. 2023

신의 얼굴을 한 사람들

내 앞에 나타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외로워할 때, 밥이 다 지어졌다는 소리에 밥을 뒤적이다가 서있는 채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을 때, 아끼고 아끼던 약을 꺼내 먹고 괜찮아, 감기 같은 것이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리듬처럼 지금이 내리락인 박자인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일부러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일이 끝나고 집에서도 몸을 움직이고 눕자마자 기절할 때까지 움직였다.


나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일까. 이곳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이고, 나는..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내 손끝마저 물어대고 있었다. 혼자여서 혼자 잘 지내는 것인지 혼자여도 잘 지내야 해서 살아가는 것인지 나조차도 헷갈렸다.


그때 신은 내 앞에 나타났다. 친구의 모습으로, 늘 다니는 곳의 얼굴로 나에게 왔다. 나를 위해 반찬을 만들었으니 가져가라는 친구. 언젠가 친구가 나의 집에 왔을 때 간단하게 점심을 만들어 준 적이 있는데 그때 친구가 빈약한 내 냉장고를 보고 손수 반찬을 선물해 주었다. 그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밥을 먹는 시간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혼자 밥을 먹지만 그 친구와 밥을 먹는 것 같았다.


무미건조한 하루, 기운이 다 빠져서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럴 때는 또 다른 사람의 얼굴로 신이 나타났다. 나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웃었다. 두 눈에 글썽이는 별빛들을 떨어트리지 않고 얘기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여러 개의 삶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 두 눈에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눈물에 그녀의 삶이 살아있었다. 나는 그 빛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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