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보고 나서
에드워드 호퍼는 수채화를 그릴 때에도 구름이 끝나는 지점을 연필로 스케치해 우연적인 요소마저 계산해 그렸다. 작품이 있기 전에 습작이 꽤 많은데 투시기법부터 어떤 색을 칠할지 습작에 담겨있다. 여기는 옐로, 저기는 그레이.. 휘갈겨 쓴 글씨지만 꼼꼼하게 지붕의 색상까지 다 적어두었다.
그림만 보았을 때는 몰랐던 호퍼의 성격이 영상을 보니 느껴진다. 호퍼가 현대인이었다면 mbti는 아마 istj가 아닐까. 그것도 대문자 극 istj. 감각적이면서도 세밀하고 원칙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부인과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서툴고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보여 부인의 속을 썩이는 인물. 아내가 호퍼와 잘 지낼 때는 에디라고 부르지만 사이가 좋지 않을 땐 대문자 E. 그녀의 일기에 에디라고 불린 부분은 드물다.
그가 그린 그림 중에 newyork interior라는 그림이 있는데, 여자의 뒷모습이 보이고 바느질을 하는 건지 뭔지 모를 행동을 하고 있다. 호퍼의 그림은 보는 자의 상상에 맡기며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는다. 여자의 뒷모습. 발레복인지 드레스인지 등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뒷모습.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강해보이기도 한 뒷모습이다. 나는 그 그림에서 나를 봤다.
호퍼의 그림 중 바다옆방을 보고 싶었는데 없어서 아쉬웠지만 새로운 그림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의 꼼꼼한 면모와 성격까지도.. 1년에 두어 점의 작품을 그리는 그는 1,000장의 그림보다 가치 있는 두어 점의 그림이 낫다고 한다. 그의 말에서 그의 삶이 엿보인다.
비평가들이나 우리들은 그림을 보며 호퍼의 그림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한다. 호퍼는 말한다. 그건 그들의 이야기이고 나는 내면의 것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그의 고집스러운 면모, 완벽하게 그리기 위한 습작들, 돈을 벌기 위해 그렸지만 너무나 멋있던 삽화까지 말없는 그가 그림으로 표현한 감정들은 그가 그린 그림자의 깊이만큼이나 어둡고, 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