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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07. 2023

안녕 인도, 나왔어

잘 지냈어?

3일 차

새벽 다섯 시에 강가를 보러 나갔다. 해가 뜨기 전이라 길가엔 아직 어둠이 깔려있다.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별이 많아 깜짝 놀랐다. 그 별들은 하늘이 밝아지면 조금씩 사라졌다. 달만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새벽에 나오니 재미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바로 흙과 벽돌을 나르는 당나귀 무리인데 인도는 기계보다는 동물로, 도르래로, 나무 기둥으로 건물을 세운다. 그래서 작년에 왔을 때 공사한 것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경우도 있었다.


새벽을 잔뜩 머금고 있는 강가로 향했다. 강가는 우리나라 말과 동일하게 Ganga라고 부른다. 이번 몬순 때 비가 많이 와서 신상들이 다 부서지고 떠내려갔다고 하던데 정말 부분적으로 뜯겨나가고 많이 손상된 모습이다.


바위에 멍하니 앉아 강가에게 인사했다. 나 왔어. 보고 싶었어. 그리웠어. 잘 지냈어? 나는 잘 지냈어. 보고 싶어서 다시 왔어. 눈으로 물결을 어루만졌다. 안아줄 수 있다면 따스히 안아주고 싶었다. 해가 떠올랐는데 높은 산이 가리고 있어서 해는 보이지 않았다. 밝아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다. 찹쌀떡같이 말랑말랑하게 생긴 강아지가 반갑다고 깡충깡충 뛰었다.


오늘은 지나가다 본 요가원으로 요가수업을 들으러 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여서 금방 도착했다.  오전은 하타요가 수업이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수련을 했다. 기본자세들 속에선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 스트랩을 사용해 2인 1조가 되어 아사나를 했는데 사용해야 하는 힘의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어서 신기했다.


공복 요가 후 스무디를 먹으러 갔다. 니뿐은 날 보자마자 ”나래“하며 반겨주었고 환영의 인사로 포옹을 해주었다. 나의 근황과 저번에 같이 왔던 친구들의 근황까지 살뜰히 챙겨 물어본다. 그리고 먹고 싶은 과일을 물어보곤 느긋하게 스무디를 만들어주었다. 오랜만에 먹는 스무디는 역시나 맛있다. 설탕도 물도 얼음도 넣지 않고 오로지 과일만 넣는다. 한 사발 먹고 나면 든든하다. 돈을 내고 나가려는데 다음에 또 오라며 받지 않았다. 다음엔 친구들을 데리고 또 오겠다고 하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햇빛이 있는 시간은 밖에 있으면 바로 땀이 흐르는 날씨다. 그런데 툴시에서 파는 바노피파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태양을 뚫고 갔는데 하필 화요일이 휴무였다. 에라이, 숙소 근처의 빵집에서 비건 애플파이를 사고 가게에서 조그만 사과주스를 샀다. 근데 가다가 이라스가 보여서 그냥 냅다 들어갔다. 아이스초코를 시켰는데 오랜만의 얼음이라 너무 맛있었다. 인도는 전력이 불안정해서 정전이 자주 되기 때문에 얼음이 귀하다.


숙소에서 조금 쉬었다가 오늘 등록한 요가원으로 또 수업을 들으러 갔다. 오후 4시에 빈야사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다가 지쳤는지 누워있다가 잠들어버렸다. 5시 반에 시작하는 메디테이션 수업에 들어갔는데 외국인 1명만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학생 두 명, 선생님 한 명이서 명상 수업을 했다. 오늘은 옴 명상. 크고 깊게 강하게 15번 3세트로 호흡을 하고 옴을 외치는 명상이다. What is your mind 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중간중간 들린다. 나의 마음은 무엇일까. 그리고 concentrate 집중시키기.


처음엔 옴 찬팅이 목에서의 떨림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선생님의 울림이 어찌나 강한지 그 옴 소리가 나의 목울림으로 까지 전달되었다. 목에서의 울림이 지나가고 어느새 약간 위쪽에서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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