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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07. 2023

꿈속으로 들어왔어

그토록 바랐던 나의 인도로

2일 차

아직도 꿈을 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다 끝내 꿈속으로 들어온 날의 아침의 풍경은 익숙한 듯 편안하다. 새벽부터 개 짖는 소리에 눈이 떠져 옥상으로 올라갔다. 달과 해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시간이다. 고개만 돌리면 해와 달을 번갈아 볼 수 있다. 옥상에서 빙 둘러보니 저번에 머무른 숙소가 보인다. 그때 우리가 숙소에서 머무르며 지냈던 한 달이 스쳐간다. 소중한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환영을 하는 의미의 푸자를 하는 시간.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명상과 호흡을 알려주신 만딥지 선생님과 사진가 아시시. 사진 보내 준다면서 왜 안보내줬느냐고 했는데 파일이 다 날아갔단다. 그런데 만딥지께서 자기 것도 안 줬다며 믿지 말라하신다. 진짜 웃겼다.


푸자가 시작되고 나와 가족들의 이름을 속으로 말하며 바라는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 마음속으로 우리 가족의 이름을 말하며 소망을 담아 바라는 것을 떠올렸다. 언제나 건강하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하고 있으니까 겁먹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계속해 나가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나에게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얘기해 주겠나. 그리고 나를 보호해 주는 존재들과 내가 보호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실팔찌는 의식 과정에서 손목에 엮어주는 것인데, 작년 인도에 다녀온 후 사진 찍는다고 해서 소중히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잃어버려 속상해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실을 내 손목에 다시 엮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젠간 이루어진다.


뉴스레터 메인페이지로 썼던 벽화를 다시 만났다. 1년이 안된 사이 조금 벗겨진 칠이 보인다. 근데 벽화도 반가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진을 찍어 남겨두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뭐가 움직인다. 와 저게 뭘까. 좀 징그러운데 귀엽기도 하고 제발 내가 있는 쪽으로 오지 마라 하면서 쳐다봤다. 화장실 통풍구가 원숭이도 들어올 사이즈였던 것이다. 그 사이로 들어온 귀여운 연두색 친구는 숙소매니저를 불러 처리하고 통풍구를 막았다. 친구야 만날 거면 집 말고 차라리 밖에서 만나자.


장거리 이동 뒤의 요가는 짜릿했다. 더운 여름 날씨, 34도 최고 기온에서 전기가 자꾸 나가서 에어컨이 틀어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이거 핫요가 아니고 하타요가인데 시작도 전에 땀이 엄청났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몸을 움직이니 내면에서부터 정돈되는 느낌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작년에도 갔던 짜이집으로 갔다. 흙잔에 짜이를 주는 곳인데 흙도 같이 먹을 수 있다. 손에는 흙가루 같은 게 묻어서 바지에 닦으니 황토색 흙이 보인다. 그래 흙좀 먹어야 건강하지. 달달한 짜이 한잔을 마시고 밤산책을 했다. 하루하루가 길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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