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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09. 2023

인도에서 보내는 두 번째 여름

더 강렬한

새벽에 비가 왔는지 촉촉하고 시원한 아침이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누웠다 하면 잠들어버린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몸이 무겁다고 한다. 밖에 나가면 일단 땀 샤워를 하는 날씨라 중간중간 음료를 마시며 쉬어줘야 한다.


오늘은 어디로 드롭인 할까 골목골목을 다녔다. 한 골목만 해도 요가원이 많아서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갈 때마다 문을 닫았던 툴시에 가서 바노피 파이와 레모나나를 시켰다. 바나나와 차가운 코코넛크림이 있는 파이는 그리워하던 그 맛이었다. 레몬과 민트를 넣어 만든 레모나나도 오랜만에 마셔본다. 툴시의 귀염둥이 고양이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었다.


길을 가다 인도 소녀를 봤는데 너무 예뻐서 영상을 찍었다. 길쭉길쭉 날씬하고 할아버지 옆으로 발랄하게 뛰어가는 모습이 귀엽다.


오랜만에 비틀즈카페, 시원한 음료인 줄 알고 애플 사이다 어쩌고를 시켰는데 뜨거운 차가 나와서 이열치열 제대로 했다.


오후엔 뿐야 요가에서 하타요가 수업을 들었다. 넓은 요가홀에 햇살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들어와 먼저 앉아있다. 창문 밖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보인다. 정말 아름다운 요가원이다. 사바사나를 하며 누워있는데 새삼 여기가 인도이고, 인도에서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수업을 마치고 요가 매트를 맨 채로 강가로 향했다. 골목길을 지나 내려가면 강가가 나온다. 어스름이 오기 전의 하늘과 강가, 사원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아름답다.


숙소에서 보일 만큼 가까운 이라스 카페에서 저녁 공연을 한다기에 갔는데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못 부르는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다. 여름밤의 분위기와 작은 조명이 내는 분위기가 박수를 이끌어낸다. 한국에서 여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달래듯 인도에서 또 한 번의 여름을 맞이한다.


이럴 때 보면 나를 위한 신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신이 있는 것 같다. 종교도 없고 신을 믿지도 않지만 느껴질 때가 있다. 가지지 못해 아쉬워하고, 때론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고 느낄 때 언젠가 나타나 내가 원했던 것을 가지게, 그리고 다시 웃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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