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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10. 2023

인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다이내믹 하루

오늘 하루를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 인도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채워진 하루였다. 아침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양치에 세수만 하고 요가매트를 대충 메고 나왔는데 한국인처럼 보이는 여성분이 현지인처럼 길바닥에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었다.


옆에 개가 같이 앉아있어서 그 아우라는 현지인 포스 아니면 인도 장기 여행자 느낌이었다. 한 손에 이름 모를 과일을 우적우적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아유코리언?이라는 질문에 어, 네 한국인이세요?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드시던 과일을 나눠주셨다.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쓰면서 어디 가냐고 물었는데 드롭인 클래스를 들으러 간다고 대답했더니 기가 막힌 요가원이 있다면서 거기로 가라고 하셨다.


그녀는 입에 과일을 가득 우물거리는 채로 인도가 아니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미국에서도 어디에서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인도 쏘 퍼니라며 아침에만 한국인을 두 명이나 만났다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몇 발자국 더 걸어 위치한 카페에 나를 만나기 전 만났던 한국인이 거기 있었다. 그 사람도 그녀를 만나 가려던 요가원을 제치고 그녀 추천 요가원에 간다고 했다. 덕분에 한국인도 만나고 같이 요가를 하러 갔다.


요가를 하고 내 참새방앗간 목탄에서 빵을 사서 아침을 해결했다. 계란 없이 만드는 빵이라 걱정 없이 아무 빵을 사도 된다. 게다가 맛있고 저렴하다.


비가 와 구름이 많은 날씨여서 오늘이 폭포에 가기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영님과 시크릿폭포에 가기로 했다. 시작 지점부터 큰 차로 오토바이들을 못 가게 막아놔서 길을 들어서자 다른 세상이 되었다. 조용하고,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한 세상. 가벼운 산행을 하며 올라간 길 위엔 폭포가 있었다. 히말라야 산에서부터 내려온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폭포와 계곡이 보인다. 리시케시에서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것 같다.


폭포 아래 계곡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도 신발을 벗고 바지를 대충 걷어 올려 물에 발을 담갔다. 적당히 시원한 온도의 계곡 물은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했다. 그래, 그냥 다 담그자. 목까지 그냥 들어갔다. 아, 시원해. 기분 좋은 물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물빛의 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것 같다.


온몸을 담그고 추억을 남기고 조금 더 올라가 또 하나의 폭포를 보고 산 위쪽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사과주스를 마셨다. 정말이지 너무 좋아서 자꾸 웃음이 났다. 옆에 앉은 귀여운 아이에게 인사를 했더니 쑥스러운 듯 할머니의 등뒤로 숨었다가 사랑스러운 웃음과 함께 맑은 얼굴을 보여준다.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과 웃음이 예뻐서 자꾸 인사를 했다.


저녁엔 다 같이 시크릿가든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비가 와서 소똥인지 흙인지 모를 길바닥 때문에 다들 어기적거리면서 걸어간 카페. 피자와 스무디, 샌드위치와 음료를 시키며 함께 먹었다. 비 오는 저녁의 분위기가 편안한 웃음을 짓게 했다. 배가 조금 덜 차서 다 같이 더 먹으러 타 포치에 가려고 했는데 켈리선생님과 사뚜선생님이 함께 하셔서 같이 식당으로 갔다.

정말.. 다 맛있고 내 배는 왜 더 못 먹는 것.. 마지막까지 너무나 맛있는 저녁이었다.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다. 그리고 행복하다.


집에 가는 길은 고막 터지는 클락션의 향연이지만 하루의 마지막 일정까지도 인도스러워 좋다. 이게 다 오늘 일어난 일들이다. 와, 방금은 정전이 되어서 모든 불이 다 꺼졌다. 밖엔 크리슈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재밌다.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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