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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13. 2023

인도가 말해주는 것들

편안한 표정을 짓게 하는

싱잉볼 세션 첫날,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숙소 매니저 제이가 오토바이로 근처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인도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만 봤지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타고 가니 스릴 넘쳐서 자꾸 소리를 질렀다. 제이는 무서워하지 말라며 골목을 달렸다. 떨어질까 봐 제이의 두 어깨를 꼬옥 잡고 갔는데 너무 말랐다. 운전대 내가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도착했고 제이 덕분에 이제 혼자서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이가 문 앞까지 에스코트해줬다. 어색해서 문 앞에서 쭈삣거리는 나를 대신해 노크까지 해주고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7개의 싱잉볼이 둘러져 있고 그 옆엔 작은 신전이 있었다. 첫 만남에 약간은 어색하게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후 작은 신의 형상 앞에서 명상을 하고 두 손을 모아 인사를 올렸다. 싱잉볼을 어떻게 느꼈냐는 질문에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차소리와 많은 사람들로 시끄러운데 조용히 싱잉볼 소리를 들으면 차분해지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싱잉볼과 차크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셨고 중간에 다른 학생이 와서 같이 수업을 들었다.


서로 차크라 힐링을 해주는 시간, 내 차례가 되어 싱잉볼을 치고 힐링 연습을 하는데 눈을 감은 남자의 손에 점점 힘이 풀리더니 곧 잠이 들었다. 그만큼 싱잉볼의 파동이 편안함을 주었나 보다. 수업 시간 동안 싱잉볼을 쳐보기도 하고 받아보기도 하고 많은 소리와 진동을 온몸으로 느껴서인지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싱잉볼 수업을 듣고 나니 모든 것이 큰 자극으로 느껴져 피곤함이 몰려왔다. 집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부디 카페에 가서 두부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이것도 참 맛있다. 구운 두부에 치즈소스, 감자와 허브도 같이 구워 샐러드와 함께 나온다. 밥을 먹어도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느려터진 데이터와 싸우며 뉴스레터를 썼다.


저녁엔 타포반 골목을 산책했다. 밤에 보는 풍경이 한적한 시골 골목 같다. 도시의 정돈되고 세련된 것들로부터 벗어나 소똥 가득한 거리와 촌스러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이 나는 왜 이리 좋을까. 이런 것들이 왜 마음을 편안하게 할까.


나도 그 속에 들어가 대충 집히는 옷을 입고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시골에서나 만나는 삐걱거리는 나무 창틀부터 기다란 빨랫줄에 말려지는 옷가지들, 터벅터벅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 소들, 이런 모습들을 더 좋아한다. 그 존재들이 나도 그래도 된다는 위안을 준다. 더 좋은 물건을 가지지 않아도 괜찮아. 더 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게 아무 상관없어. 평화로운 날씨 속에서 너도 평화로우면 된 거야. 하고 햇살이, 골목이, 인도가 말해준다. 오늘의 하루는 느슨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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