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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14. 2023

죽은 줄 알았던 심장이

느껴지는 순간

오랜 시간 함께였던 연인의 자리가 한순간에 비워지고, 한번 긁힌 자리엔 계속해서 생채기가 났다. 불행은 한 번에 온다는 말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했다. 계속 날아오는 펀치에 정통으로 맞고 또 맞았다. 내가 바보여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모든 상황이, 날카로운 화살표가 나를 겨냥했었다. 그 시기가 작년이었는데 그때 리시케시에 왔다. 처음 온 곳에서 나는 모든 겁이란 겁은 다 집어먹고 인도를 색안경을 끼고 봤다. 나를 해칠 수도 있어. 위험해. 조심해야 해.


그 색안경은 날이 지날수록 옅어져 마침내 안경을 벗고 인도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랬더니 오히려 인도는 나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다. 내가 한 것은 없는데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선물인 듯 위로를 주고 웃음을 짓게 했다. 그때 느꼈던 것이 있었다. 스스로 치유되어 가는 나를 보며, 나도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상처받은 영혼이지만 그래서 더 치유자가 되고 싶었다.


리시케시에 와서 요가를 하고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배에 대고 호흡하며 수련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있었다. 깊은 호흡과 함께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심장박동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힘들어서 살아도 죽은 것처럼 느꼈던 순간들이 너 이렇게 숨 쉬고 있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며 얘기해주고 있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한 번도 와보지 않을 것 같은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고, 포근한 위로를 받아갔다.


여기 와서 대단한 것이 위로를 주는 게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알레르기 걱정 없이 먹는 빵과 음식들, 맑은 날씨, 글을 쓰며 위로받는 시간, 새로운 곳에 가서 만나는 사람들, 다른 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 그리고 나도 밝게 웃는 것. 그 모든 것이 위로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다정하게 말하듯 나 자신에게도 다정하게 대하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된다.


이처럼 요가가 주는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기를. 스스로 수련하며 위로받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좋겠다. 나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 여기까지 온 것.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색안경을 끼고 경계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따스히 감싸 안아준 인도, 리시케시에게 고맙다.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아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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