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이유가 있는 법
오전 10시 옴샨티옴 요가의 비기너클래스를 들었다. 요가원에는 시간대마다 다른 선생님이 계신데 비기너요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핸즈온이 정말 좋다. 안정적이면서도 무게 있고 한계치까지 몰아넣지 않아서 자세에 깊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아사나를 하기 전 몸을 푸는 동작이 주를 이루고 척추와 골반의 움직임을 사용하는 아사나로 이어진다. 학생은 나와 다른 외국인 둘 뿐이었지만 번갈아가며 핸즈온을 해주셨고, 끝까지 수련할 때쯤엔 개운함마저 느껴졌다.
시크릿 가든 카페에서 애플 시나몬 파이와 레모나나를 시켰다. 아무 기대 없이 궁금해서 시킨 메뉴였는데 한입 먹고 눈이 동그래졌다. 누군가 같이 왔다면 어깨를 때리며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왔기에 맛있음의 내적 샤우팅과 발동동으로 그쳤다.
집 근처에 무료요가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마당엔 래프팅용 보트들이 깔려있었고 그 위에 개가 한가로이 엎드려 있었다. 흐뭇하게 보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짖어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게 첫 번째 경고였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분명 맨 위층에 요가원이 있다고 하는데 벽돌로 막혀있어서 직원에게 물어 겨우 들어갔다. 벽돌이 주는 두 번째 경고였다.
겨우 찾아간 요가원의 모습은 평범했다. 그런데 내가 들고 온 매트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앞에 뭔가가 깔려 있어서 거기서 요가를 하나 보다 싶어서 앉았는데 선생님의 질문이 쏟아진다. 한국에서 회사를 그만뒀고 요가강사가 되어 여기 왔다고 하니 의식과 차크라에 대한 설명으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오디오를 틀어 옴 찬팅을 하고 비디오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차크라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비디오였는데 만든 지 30년도 더 되어 보이는 오래된 영상이었다. 처음엔 잘못 왔다 싶어 어떻게 도망가지 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보다 보니 오묘하게 빠져든다. 차크라 공부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시계를 보니 그 영상을 40분째 보고 있었다.
마지막은 긴 줄 끝에 끼운 크리스털을 자기 맘대로 움직일 수 있다며 보여줬다. 왼쪽방향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왼쪽으로 돌고, 앞뒤로 움직이라고 하면 정말 앞뒤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미묘하게 어깨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의심 섞인 표정으로 보고 있는데 나도 해보라고 했다. 어깨와 팔을 절대 움직이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오른쪽으로 돌아라 하고 생각했는데 진짜 오른쪽으로 작은 원을 그리는 게 아닌가. 우연의 일치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래 이번엔 앞뒤로 움직여봐라 했는데 또 앞뒤로 움직인다. 그게 쿤달리니 요가를 수련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뭐였을까.
최종으로 요가원 홍보로 이어진다. 이런저런 과정이 있고 연락처를 알려주며 문자를 보내라고 하는데 저녁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며 해맑게 씨유를 외치고 나왔다. 그런데 아까 짖은 개가 내려가야 할 계단에서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아, 진짜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마지막까지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 직원에게 개를 막아달라고 부탁하고 겨우 집으로 갔다. 이상한 한 시간이었지만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참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