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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20. 2023

인도, 가네샤신의 생일에 일어난 일

코끼리의 얼굴을 한 신

오늘은 가네샤의 생일이다. 저번엔 크리슈나의 생일이었는데 9월엔 생일의 달인가 보다. 왠지 모르게 코끼리의 형상을 한 가네샤 신에게 마음이 가서 작년 리시케시에 왔을 때 가네샤 신상을 구해왔었다.


내가 좋아하는 신의 생일이라니, 가네샤 만트라를 부르며 생일을 축하한다고 하면 되려나. 다 같이 가네샤 만트라를 생일 축하곡처럼 불렀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저녁, 초승달도 가네샤의 생일을 축하하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아무도 없는 요가홀에서 가네샤 신 앞에 앉아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마음속으로 생일축하한다고 말했다. 가네샤의 얼굴이 미묘하게 기울어지며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나온 밤산책, 오늘은 왠지 모르게 강가에 가고 싶어서 그 길로 향하는데 요가스마일 마나브선생님을 만났다. 마나브지! 하고 불러 반갑게 인사했다. 마나브 지는 가려던 카페가 문이 닫아서 돌아간다고, 다른 카페에 갈 건데 같이 가겠냐고 했다. 나는 강가로 가는 중이라고 하며 인사했다.


무더운 낮의 날씨와는 다르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계단에 앉은 사람들과 그 앞에는 악기가 놓여있다. 객석이 아닌 강가를 향해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여기 인도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가의 에너지를 느끼고 춤추고 노래하며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보라는 말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강가의 시인들,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개를 돌렸는데 옆자리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드롭인 요가로 방문했던 파탄잘리 요가 선생님이다. 또 아는 얼굴이라고 말을 건네며 이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좋은 에너지라며 자기도 이 분위기가 좋다고 말씀하셨다.


잠깐 보려고 했는데 한 시간이나 앉아서 공연을 봤다. 자유로운 영혼들 뒤로 흐르는 강가, 밤의 불빛과 선선한 바람이 가네샤 신이 보내는 선물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기 걸어오는 또 익숙한 얼굴. 존이다. 아유르베다 영업을 시작으로 자꾸 마주치는 바람에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오늘 존을 세 번째 마주친다. 모자를 벗은 모습이 더 예쁘다며 주먹을 쥐어 장난스레 내밀며 인사를 청한다. 그저 저녁 먹은 것을 소화시키려 배를 뚜들기며 가볍게 나온 산책에서 글이 이렇게 길어질 정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의 생일 전날이 가네샤의 생일이었다니. 내가 가네샤의 생일을 먼저 축하해 줄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인사에 가네샤가 보답으로 선물을 준 것은 강가의 시인들과 이웃들이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선물해 준 가네샤에게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한다고 눈을 감고 고요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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