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기어때 Feb 18. 2020

사심으로 추천하는
삼척 맛집 두 곳

삼척해물&맛과 향이 있는 집

흔히 여행지를 떠올린다면 풍경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바다라든지 산이라든지, 멋진 색깔로 물드는 노을이라든지…. 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있고, 그건 여행지에도 마찬가지다. 삼척을 생각하면 어떤 풍경보다 맛집이 먼저 떠오른다. 오늘은 여행지보다 인상적인 삼척 맛집 두 곳을 소개하려 한다.




삼척해물




식당 이름에 그 지역의 이름이 붙어있을 때 우리는 왠지 모를 신뢰감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삼척해물>이라는 이름을 듣고 난 뒤에 어쩐지 안도감이 몰려왔다. '삼척'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삼척'해물이라니. 맛있는 생선찜을 맛볼 수 있다고 했다. 고민하지 않고 찾아갔다.



깔끔한 간판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해물찜 맛집이라고 해서 당연히 해물찜 부분을 보고 있었는데, 주문하려고 하자 직원분께서 입을 열었다.


저희 집은 조림이 유명한 집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분의 말투에 진심이 섞여 있었으므로, 즉각 메뉴를 변경했다. 종류별 생선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생선모듬조림을 주문했는데, 나중에 생각할수록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먹어본 생선 조림 중 가장 훌륭한 요리였으므로.



정갈하고 깔끔한 밑반찬이 차려진 후 잠시 더 기다리자 엄청나게 맛있는 냄새와 함께 생선 조림이 날라져 왔다. 가장 작은 것을 시켰는데도 큼직한 접시에 온갖 생선이 쌓여 있는 모습이 저절로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양념은 살짝 달착지근하면서도 짭짤하고, 마지막은 매콤함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맛이었다. 어디서 한 번쯤 먹어봤을 법한 양념이었으나 먹을수록 자꾸 땡기는 맛이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종류별로 들어 있는 생선을 맛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특히나 쉽게 맛볼 수 없는 가오리 조림이 인상 깊었다.



 양파와 무까지 싹싹 비우고, 남은 국물에 볶음공기밥을 시켰다. 한 번에 2인분씩 주문 가능하다. 딱 먹기 좋게 볶아져 나온 밥으로 탄수화물을 흡입하면 식사 마무리. 물론, 식사 중간에 공기밥을 시켜서 조림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셋이 가서 조림 작은 것 하나 시키고, 공기밥 하나 시켜서 조림이랑 먹고 마지막으로 볶음공기밥 둘을 시키면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듯하다.


<삼척해물>
영업 시간 : 11:00~21:00
메뉴 : 생선모듬조림 대 52,000원, 중 42,000원, 소 32,000원, 볶음공기밥 2,000원







맛과 향이 있는 집


누군가 내게 문어를 다루는 집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이곳을 꼽겠다. 숭덩숭덩 잘라주는 문어숙회가 쫄깃한 곳, <맛과 향이 있는 집>. 이름이 어딘가 서정적이지만, 실체는 서정과 거리가 멀다. 1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한 작은 가게로, 언제나 사람들이 꽉 차 있는 삼척의 숨은 맛집이다.



이 집의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은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 오후 다섯 시쯤 전화를 해서 몇 명이 언제 갈 거라고 말을 해 두면 퉁명스러운 목소리의 답변이 돌아온다. 퍽 친절하지는 않지만 한 번 예약하면 확실하게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예약이 꽉 차서 못 먹을 수도 있으니 2~3일 전에 미리 전화를 해 둘 것.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언제 만들었을지 모를 나무 현판이 걸려 있다. 네모반듯하지는 않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현판이다. 단골이 선물로 주었을까? 이 집이라면 그럴 법하다.



여러 메뉴가 있기는 하지만, 이 집에 오면 따로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도 당연히 문어를 먹는 것이 규칙처럼 되어 있다. 인원수를 확인한 사장님께서 수조에서 적당한 사이즈의 문어를 꺼내 오신다. 그러면 술자리의 시작이다. 맨 처음에는 큼직하게 썬 오이와 간장 양념장, 초고추장이 자리에 놓이는데 이때 술을 주문하면 된다. 그러면 곧 엄청난 것이 나온다.



그 엄청난 음식의 정체는 산처럼 쌓인 굴김치! 딱 먹기 좋게 버무린 겉절이인데 굴도 알이 크고 실하다. 둘이 가도 둘이 도저히 먹지 못할 만큼 많이 나온다. 이것 말고도 먹을 게 한참 나오니, 너무 많이 먹어두면 안 된다. 물론 다 먹고 나면 싸 주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나오는 건 큼지막하고 무척이나 뜨거운 두부다. 참기름에 지져 나오는 듯, 고소한 향이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와중에 꽤나 잘 만들어진 두부라서 담백하기 그지없다.



김 위에 굴김치를 올려 싸 먹고, 두부를 양념장에 찍어 먹다 보면 어느새 문어가 나오기도 전에 술 한 병은 너끈히 비워져있다. 누가 다 마셨어?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라져 있는 소주 한 병. 이쯤 되면 이제 문어가 등장한다.



큰 접시에 탐스럽게 담긴 문어. 사진을 찍으라며 김이 펄펄 나는 문어를 살짝 올려두셨다가 다시 가져가셔서 가위로 숭덩숭덩 썰어 주신다. 똑 알맞게 삶아진 문어는 야들야들하니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먹는 중에 찍어서 조금 흉하지만, 이렇게나 꽉 차게 안주가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진이어서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런, 소주 뚜껑이 벌써 두 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음식이 진짜 압권이다. 문어를 삶은 물에 얼큰한 양념을 하고 손반죽을 뚝뚝 떼어 넣은 수제비! 이 한 그릇이면 먹은 술이 다 깬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마신 것 같지 않게 하는 마법이 이 한 그릇에 있다.



삼척에서 하루를 머물게 된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도, 계곡도, 산도, 동굴도 아닌 이 집을 택할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다. 아, 이 집도 되도록이면 서넛 정도의 일행과 함께 가는 것을 추천한다. 둘이 가기에는 가격대와 양이 살짝 부담이기 때문이다.


<맛과 향이 있는 집>
영업시간 : 18:00~예약 들어오는 대로(사장님 맘대로)
메뉴 : 문어숙회 싯가(오이, 김, 굴김치, 두부 부침, 수제비, 밥 무제한 포함)







그 어떤 관광지보다 빛이 나는 맛집 두 곳을 사심으로 소개해봤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므로 이 추천에 동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외지인의 입장에서 썼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보다 더 맛있는 삼척의 맛집을 아는 분이 있다면 부디 댓글로 달아주시길.





삼척 갈 때 숙소는
여기어때에서 예약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에도 초록 풍경, 전국 온실 카페 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