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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어때 Apr 16. 2020

입맛 충족시켜주는 군산 맛집 두 곳


그간 추천해온 맛집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에디터의 입맛은 약간 아재스럽다. 그래서 요즘의 레트로 트렌드가 무척 반갑다. '아저씨들 가는 데 아냐?' 라는 소리를 들었던 맛집들이 '오, 힙한데?' 라는 반응들을 듣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에디터의 아재입맛을 완전히 만족시켜준 두 곳을 사심을 담아 추천해본다. 군산에서 나고 자란 군산 친구과 함께 가본 맛집 두 곳.




압강옥

군산 친구를 만나러 내려가는 길, 약속 장소가 정해졌다. 압강옥이라고 했다. 이름부터 어딘가 조금 수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제법 외곽에 있는데다가 식당 비주얼이 엄청났다. 알고보니 평양 요리집이라고 했다. 군산에 평양 요리라니,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메뉴까지 예약을 하고 방문해서인지, 상차림이 금방 내왔다. 놋그릇들이 가장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윤이 곱게 흐르는 것이 가격이 꽤 높을 것 같다 싶었다. 뒤집어보니 작품이었다. 역시나.


그릇들에 담긴 밑반찬들은 전부 개운한 맛이었다. 한 가지 밑반찬을 제외하고 조미료를 쓰지 않은 듯 했다. 군산 친구가 말하길, 아주 오래 전부터 반찬의 종류와 그 맛이 변하지 않아서 믿고 찾아올 수 있었다고 했다.


가운데를 비워두었다 했더니 고소한 향과 함께 넉넉히 담긴 잡채 한 그릇이 놓였다. 당면과 시금치, 당근 말고는 들어간 재료가 없었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당기는 맛이었다. 어떻게 맛을 냈는지 궁금했지만 실례가 될까 물어보지는 못했다.


다음으로 나온 건 쟁반이었다. 이북 음식을 드셔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쟁반이라는 음식은 놋쟁반에 고기와 만두, 채소, 두부 등을 담고 육수를 부어 먹는 음식이다. 보통은 어복쟁반이라고 많이 불리는데, 이 곳의 이름은 쟁반이었다.


직원분께서 골고루 놋그릇에 덜어 주셨다. 자리에 놓으시면서 뜨거우니 절대로 만지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하셨는데, 배려가 느껴져 좋았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부터 맛보았다. 뜻밖에도 개운한 채수의 맛이었다. 고기가 많이 들어있지 않기도 했지만, 애초에 육수를 우릴 때부터 채소를 사용한 듯 했다. 많이 먹어도 소화가 잘 될 것 같은 순한 맛이었다. 금방 한 그릇을 비워냈다.


다음은 갈비였다. 석쇠에 구워 불향이 그윽했다. 달짝지근한 양념이었지만 위에 뿌려진 고추가 느끼함을 잡아주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굽기도 적당했고 단단한 고기였지만 잘게 잘라두어 씹는 맛도 좋았다. 


마무리는 비빔냉면이었다. 이북음식 집이니 당연히 물냉면을 주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군산 친구가 딱 잘라 말렸다. 이 집의 면은 메밀이 아니기 때문에 비빔냉면이 더 나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과연, 상 위에 등장한 냉면은 특이했다. 비빔 고명과 회를 봐서는 얼핏 함흥냉면처럼 보였는데 면은 두툼했다. 잘 비벼 한 젓가락 맛보니 탄력이 엄청난 옥수수면이었다. 물냉면으로 시켰으면 후회했을 법했다. 이북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메밀을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배가 불룩히 튀어나올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도 속이 불편하지 않았다. 모든 음식이 깔끔함을 넘어 단정한 맛이었다. 군산 친구가 말하길 압강옥 정식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누구와 함께 와도 불평은 안 들을만한 집이 아닌가 싶다. 약간 외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군산에 온다면 굳이 들러도 좋을 집.


<압강옥>
운영 시간 : 12:00~21:00
메뉴 : 갈비구이 1인분 27,000원, 쟁반 1인분 19,000원, 비빔냉면 9,000원







해오름횟집


현지인과 함께하니 군산은 정말 특별한 동네였다. 그렇게 군산을 다니고도 이성당과 게장밖에 몰랐던 과거가 반성될 정도였다. 이번에 이야기할 해오름횟집에서는 홍어탕을 먹어봤다. 발효시켜서 냄새가 엄청난 그 홍어탕이 아니라, 살짝 건조시킨 홍어를 넣은 탕이었다. 


평범하게 생긴 식당이 그렇게나 놀라움을 선사할 줄은 몰랐다. 이름도 세상에서 제일 평범한 느낌이다. 해오름횟집이라니. 위치는 군산의 나운동이며, 은파호수공원에서 멀지 않다. 회코스나 찜류를 시킬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가볍게 탕을 시켰다. 우럭, 복, 홍어, 아구 중 평소 먹어보지 못한 홍어탕을 골랐다.


익숙한 반찬들과 낙지 숙회, 회까지 골고루 나왔다. 탕 정식을 주문하면 이렇게 나온다고 했다. 이것저것 집어먹다보니 탕이 나오기도 전에 배가 불러올 것 같아 억지로 참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홍어탕이 등장했다.


미나리가 듬뿍 올라가 보기만 해도 벌써 개운한 홍어탕. 삭히지는 않았지만 미묘한 암모니아 냄새가 사알짝 올라왔다.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가락 맛봤는데, 엄청나게 시원했다. 전날 마신 술이 전부 분해되는 느낌. 


안에는 큼직한 홍어 고기가 들어 있었는데, 연골어류 특유의 살살 풀어지는 듯한 질감이었다. 가오리 찜을 먹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전날 과음을 했다면 필수로 찾아가야 할 식당이다. 점심에 탕만 시키게 되면 3천원 더 저렴한데, 그말인즉슨 3천원을 더 주면 이렇게 괜찮은 정식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해오름횟집>
운영 시간 : 11:00~21:30
메뉴 : 탕 정식 15,000원, 회와 찜도 취급.





이번 여행을 통해 역사가 오래된 도시에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맛집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는 오래된 입맛을 충족시키는 맛집이 있거나. 군산에 가서 이성당만 가라는 법은 없다. 맛집을 찾고 있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두 곳. 그 외에도 더 맛있는 곳을 아는 분들은 꼭 댓글로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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