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 건강보험, 국민연금
출국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짐을 옮기는 것 외에도 대한민국에 살고 있던 우리 부부를 위한 제도적인 것에 대한 준비도 필요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거지, 건강보험, 국민연금이다. 사실 여기 살면서 회사 다니는 동안에는 전혀 신경 쓸 것이 없는 것들인데 주소지와 더불어 직장 및 소득이 한 번에 사라진 우리는 뭔가 대비를 해두어야만 했다.
# 전입신고
해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소지를 부모님 집으로 옮긴다. 그래야 나라에서 오는 각종 고지서나 알림도 우편으로 받을 수 있고, 소중한 투표권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찾아보니까 주소지 그냥 두고 오랫동안 나갔다가 '거주불명자'로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족 세대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읍/면/동사무소를 행정상 주소로 둘 수도 있다. (대한민국 만세)
> [관련기사] 90일이상 외국 나갈땐 '해외 체류신고' 필수…"거주불명자 불편 해소"
개정안에 따르면 90일 이상 해외체류 목적으로 출국하는 사람은 출국 후 부모 등 본인이 속할 세대가 있으면 그 세대 주소를, 속할 세대가 없으면 읍·면·동사무소를 '행정상 주소'로 해두고 해외체류 신고를 할 수 있다.
출국자가 직접 신고할 수 없으면 본인이 속한 세대의 세대주, 본인의 위임을 받은 배우자나 직계혈족도 신고할 수 있다.
투표권은 몇 가지 절차가 더 필요하다. 선거 종류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는 국외 투표 대상이라는 점. 다음 선거 때까지 해외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대비를 해둬야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선거일 30일 전까지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면 된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 선거 전에 잊지 말고 국외부재자 신고를 해야 한다.
> [참고] 귀국투표 방법 (국외부재자 신고를 했지만 해외에서 투표하는 날 전에 귀국한 경우 한국에서 투표 가능! 투표권은 소중한 것, 만만세)
우리는 시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으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부모님 집으로 전입신고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신분증만 들고 갔다가 당황했다. 일단 서류상으로는 전입할 세대의 세대주 정보, 동의와 인감도장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내 남편은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서 외국인의 거소지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외국인의 거소지 변경도 세대주의 동의가 있어야 함! (외국인은 전입신고가 안돼서 나만 달랑 시부모님 댁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우리는 동사무소를 세네 번 들락거린 끝에 주소지를 바꿨다.
> [참고] 전입신고 방법 (온라인으로도 가능! 대한민국 만세...)
# 건강보험
우리나라에서 병원 갈 때 걱정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건 다 건강보험 덕분이었다. 저번 토론토 여행 때 남편이 갑자기 치통을 느껴서 치과 갔다가 진료 80불, 약값 20불 내는 걸 보고 우리나라 보험제도가 정말 최고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그 치과에서 진료받은 건 여행자보험으로 커버가 됐다. 여행자보험 짱!)
회사 다닐 때는 '직장가입자'였으니 몸 안 좋으면 바로바로 병원에 다녔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부부 둘 다 한국에서는 무직이니 건강보험을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물론 지역가입자가 되어 보험료를 내면 얼마든지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내가 몰랐던 제도였는데, 직장을 1년 이상 다닌 경우 퇴직을 해도 일정 기간 동안 '임의계속가입자'로 직장 다닐 때의 보험료 절반만 내고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는 점! (대한민국 만세... 뽕이 차오른다..)
> [참고] 퇴직전 통산 근무기간 1년 넘으면 건보직장 자격 3년 유지 (7/1 퇴직자부터는 3년까지!)
임의계속가입 제도는 2013년 5월 시행됐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은퇴로 직장에서 물러나 소득이 없는데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뀌면서 건보료가 급증한 실직·은퇴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다.
퇴직 후 직장 다닐 때 근로자 몫으로 본인이 부담하던 절반의 보험료만 그대로 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올해부터 임의계속가입자의 직장가입자 자격유지 기간이 최장 2년(24개월)에서 최장 3년(36개월)으로 늘어났다.
우리 부부는 시아버님이 직장 생활을 하고 계셔서 아버님 밑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했다.
# 국민연금
회사 다닐 때는 왜 이렇게 떼 가는 게 많나 생각했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었다는 걸 실감한다. (원래 만들어진 취지나 목표가 그렇지 그간의 국민연금 삽질을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그간 회사 다니면서 낸 국민연금 금액도 모아보니 꽤 큰돈이었는데, 이걸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10년 이상 납부해야 한다고 한다.
* 노령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60세(수급연령 상향규정 적용 : 60~65세)가 된 때에 기본연금액과 부양가족연금액을 합산하여 평생 동안 지급하는 연금입니다.
(출처: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난 회사 다닌 지 8년 가까이 됐으니 지역가입자가 되어서 최소 2년은 더 부어야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나중에 한국에 와서 회사에 취업하면 자연스럽게 사업장가입자가 돼서 연금을 붓게 되겠지만 그게 또 언제일지 모르니, 내가 따로 국민연금공단에 전화해서 말하기만 하면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역시 돈 내는 건 너무나 쉬운 것...)
하지만 외국 국적인 내 남편은 그간 한국에서 회사 다니면서 낸 게 있지만, 국외이주할 때만 일시금으로 국민연금 낸 걸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국외이주가 베트남이 아니고 국적이 있는 그 나라로 갈 때만 인정이 되는 바람에 그냥 그간 낸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고 임의로 더 붓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일을 더 하면 자연스럽게 연금 더 넣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국외 이주할 때 공항에서도 국민연금 청구해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쩌다 보니 베트남에 살게 된 한국인인 나와 또다시 외국인 노동자가 된 남편의 한국 생활 정리는 대략 이렇게 끝났다. 그 이후에도 아마 예상치 못한 것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느낀 건데 우리나라 행정처리는 정말 잘 되어 있다. 간단한 건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고, 주민센터나 공단 콜센터 분들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다는 점. 대한민국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