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이사 가자 도미
우리 이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고양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사실 호치민으로 이사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고양이는 어떻게 해?' 였는데 우리는 고민의 여지없이 당연히 데려가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고민은 '어떻게' 데리고 갈 것인가라는 점. 사람처럼 비행기 티켓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서 공부가 필요했다.
#1. 항공사 규정 확인하기
처음에는 도미를 기내에 태울 생각이었어서 최대한 기내 반입 무게 제한이 관대한 항공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도미의 몸무게는 6.3kg... 비행기에 태우려고 왜 다이어트를 시키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호치민까지 직항 노선을 운행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베트남항공 세 곳이다.
대한항공: 캐리어 포함 5kg 이내
https://www.koreanair.com/content/koreanair/korea/ko/traveling/services.html#pets
아시아나항공: 캐리어 포함 7kg 이내
http://flyasiana.com/CW/ko/common/pageContent.do?pageId=PC_0406
베트남항공: 캐리어 포함 6kg 이내
https://www.vietnamairlines.com/kr/ko/travel-information/baggage/special-baggage
가장 관대한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 하지만 캐리어 무게가 1kg 정도는 되어서 안전하게 태우려면 도미 몸무게를 500g에서 1kg가량 감량시켜야 했다. 도미 다이어트를 시켜볼까 하고 밥도 조금 덜 줘보고, 다이어트 사료를 먹여도 봤는데 그렇게 열흘 가까이해봐도 0.1kg밖에 줄일 수 없었다. 하긴 고양이 몸무게의 10% 이상 덜어내야 하는 건데 쉽지 않은 미션이지. 이렇게 하다가는 고양이 건강을 해치게 될 것 같아서 기내 반입은 포기하기로 했다.
#2. 반려동물 해외 운송 업체 찾기
그다음 알아본 것은 반려동물 해외 운송 업체를 찾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있었는데, 내가 처음에는 스터디를 잘 하지 못해서 카고(Cargo) 운송이 나의 위탁수하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운송에서 카고 운송은 보호자의 동행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만 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걸 꽤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1) Cargo 운송 절차
내가 처음에 잘못 알아본 게 Cargo 운송인데, 절차는 다음과 같다. 출국 2주일 전부터 예약 가능하고, 광견병 접종이 되어있어야 하며 증명서를 발급받아두어야 한다. 그러면 출국일 하루 전에 업체에서 픽업하고, 다음 날 비행기에 태워서 보내주는 일정이다. (이때 내가 내 비행기 끊으면 같이 보내줄 수 있냐고 했을 때 위탁수하물로 보내라고 업체에서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이 과정에서 업체에서는 픽업부터 검역, 이동장 패킹, 통관 등 모든 절차를 대행해 주고 비용은 꽤 비싼 편이다. 호치민 기준으로 사람 왕복 이코노미 항공권보다 비싸다고 보면 된다. 사실 이 절차는 내가 동물과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도착해서 동물이 일정 시간 격리되어야 하는 경우 필요할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도미와 동행할 수 있고, 베트남에서도 격리가 필요하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2) 반려동물 위탁수하물 운송 절차
보통 반려동물과 동행할 경우 선택하는 옵션이다. 사실 셀프로 내가 항공사에 반려동물 예약을 해도 되긴 한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짐과 도미를 한꺼번에 들고 공항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비행기가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검역소가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전날 검역이 필요했다.
업체에서는 전날 도미 비행기표 예약, 픽업, 검역, 증명서 발급, 이동장 패킹, 당일 공항에서 도미 인계까지 도와주기로 했다. 비용은 1번 업체보다 훨씬 저렴했고, 이동장 가격 포함해도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출국일 아침 공항에서 도미를 만나고 체크인 카운터에서 도미 비행기 값(대한항공 기준 15만 원)을 지불하면 끝이다. 그 후 베트남에 도착하면 도미를 데리고 공항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3. 고양이를 화물칸에 보낸다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부분인데 동물을 화물칸에 보낸다고 하면 우리 캐리어가 담기는 화물칸에 동물을 넣는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 그래서 웬만하면 기내에 태우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동물 탑승칸이 따로 있다고 한다. 온/습도 조절이 되는 칸이니 그냥 동물을 위한 자리가 비행기 내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보호자들 입장에서는 내 옆에 태우고 가고 싶겠지만,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있을 수도 있고 밀폐된 공간에서 다른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칠 수 있으니 (기내든 화물칸이든) 격리되어 있는 게 맞는 듯하다.
기내 반입의 경우에는 캐리어 크기에도 제한이 있다. 대부분 좌석 밑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캐리어 높이 제한은 20cm 정도였다. 대신 꼭 하드 캐리어는 아니어도 되고 소프트 캐리어에 담아서 윗부분은 좀 눌러줘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비행 중에 캐리어를 열어서 동물을 꺼내면 안 된다.
우리의 거묘 도미는 높이 20cm 미만의 캐리어에 쭈그리고 앉아있기에는 좀 역부족이고 평소 말이 많은 타입이라서 기내에서 시끄럽게 울 것 같기도 했다. 아기라면 안아서 달래기라도 하지 동물은 이동장에서 꺼낼 수가 없으니 손 쓸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동물들이 생각보다 더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유기견 해외 이동봉사를 많이 봤는데 이 경우 미국/캐나다까지 거의 12~14시간을 비행하는 것이다. 호치민까지는 비행기로 대략 5시간 반 정도. 앞뒤 이동시간 포함하면 대략 10시간 이내에 케이지 밖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이동 경험이 있는 집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의외로 고양이들이 잘 버틴다고 하니, 도미를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