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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ul 23. 2018

고양이 도미,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르다

고양이도 비행기에 탈 수 있다옹

나의 이번 베트남행 준비 중에서 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도미 수송(?)이었다. 사람이면 그냥 비행기 티켓 끊고 여권 챙겨서 공항에 가면 되지만 동물은 또 행선지에 따라 검역 절차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도미가 우리 집에서 나와 베트남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고양이가 묵을 수 있는 호텔을 찾자! 

우리 집의 이사는 13일의 금요일(...)이었는데 그 날 아침부터 이사가 예정돼 있어서 그 전날부터 도미를 다른 곳에 데려다 놔야 했다. 나 혼자였다면 집에서 가까운 호텔에 묵었을 텐데 고양이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 고양이만 따로 호텔링해도 되지만 이미 나는 이사일 기준으로 3주 전에 집을 비웠었고, 비행기 타기 전에 도미에게 또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서 같이 묵는 방법을 선택했다.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는 호텔들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 강아지만 허용하고 있어서 고양이가 묵을 수 있는 호텔 찾는 게 또 힘들었다. 아무래도 고양이들은 강아지 하고는 다르게 외박을 하기가 힘드니 애초에 허용 대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러 호텔을 찾던 중에 내가 찾은 곳은 '알로프트 서울' 호텔! 이 곳은 ARF 서비스라고 부르는 반려동물 동반 투숙이 가능했고, 전화로 문의해보니 고양이도 가능하다고 했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고양이와 함께 투숙한 사람의 후기도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위치도 내가 살던 곳과 너무 멀지 않아서 중간중간 왔다 갔다 하기도 어렵지 않을 듯했다. ARF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호텔에 얘기한 다음 체크인 전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http://www.aloftseoulgangnam.com/facilities


준비물은 일주일 분의 사료, 임시 화장실, 모래, 모래 삽, 인식표, 장난감, 마따 따비 스틱.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일단 모래의 무게만 해도 7kg. 그리고 도미 혼자 몸무게만 6.5kg에 항공용 케이지까지 하면 거의 9kg 정도 된다. 다행히 동생이 일본에서 귀국해서 쉽게 차로 도미 짐을 호텔로 옮길 수 있었다. 


호텔에서 제공해 준 쿠션, 배변패드, 밥그릇 (옆에 박스는 임시 화장실)


대범한 왕초고양이 도미는 호텔에도 금방 적응했다!

처음에는 낯선 공간에 어색해하는 듯했지만 하루쯤 지나니 도미는 호텔 생활에 금방 익숙해졌다. 밥도 잘 먹고, 임시로 만들어 준 박스 화장실도 작았지만 잘 썼다. 잘 때는 호텔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잠들었다. 방이 아주 좁지는 않아서 고양이에게는 충분했을 것이다. (특히 침대가 엄청나게 컸다! 두 명이 누워도 가운데 공간이 있을 정도로) 


청소할 때 잠시 이동장에서 기다리기


호텔에서 보통 하루에 한 번 방 청소를 해 주시는데 나는 도미가 혼자 있을 때 청소를 하면 탈출할까 봐 방에 항상 DND 사인 걸어놓고 청소는 거의 하지 않았다. 중간에 딱 한 번 도미를 이동장에 넣고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1시간 기다리는 동안 방 청소 부탁한 게 전부였고 대부분 수건만 새로 교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괜찮은 호텔 덕분에 짐 빼고 일주일 간 도미와 함께 편하게 묵을 수 있었다. 이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호텔에 같이 지내는 것도 되고, 참 좋은 세상이다! 


#2. 출국 D-1, 도미 검역하러 떠나다

보통 검역소 방문은 출국 당일 공항에서 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비행기가 아침 9시였으니 공항에 새벽 6시~7시 사이에는 도착해야 했고, 당일 검역을 진행할 수 없었다. 사실 내가 혼자가 아니고 좀 더 여유만 있었다면 서울 시내에 다른 검역소에서 미리 검역을 해도 되지만 마음의 여유도 없고 혼자 할 자신도 없어서 대행업체에 도미 검역을 요청했다. 


검역하러 가는 길

그래서 출국 하루 전날 호텔에서 도미를 픽업해서 검역을 하고, 다음 날 공항에 도미를 데려다 주기로 했다. 이동장에 들어가면서 어리둥절하고 야옹야옹 많이 울었지만, 조금만 참으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하루만 참으면 호치민에 갈 수 있어 도미! 


검역 마치고 사진!

대행업체에서 도미의 검역이 무사히 끝났다고 알려주었다. 짠, 이렇게 사진도! 다음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도 업체에서 도와주실 수 있다고 하니 그때도 다시 연락드릴 생각이다. 뭐든 전문가가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나와 도미의 시간과 노력, 시행착오를 줄이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출국 하루 전에는 고양이 호텔에서 잤다


#3. 출국 당일, 공항에서 만나다

새벽 6시 30분, 엄청 이른 시간이지만 나는 그곳에서 대행업체 담당자 분과 만나기로 했다. 아무래도 동물이 있다 보니 사람 수속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릴 듯해서 일찍 만나기로 한 것. 도미는 이동장에 갇혀있는 걸 싫어하는데 만나고 보니 여전히 야옹야옹 울고 있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무게 재기

내가 체크인하면서 고양이 이동장 무게를 잰다. 그리고 대행업체에서 준비해 준 서류를 확인하고, 내가 반려동물 운송 서약서를 작성한 다음 이동장에 그 사본을 붙여서 보내는 것이다. 서약서 내용은 '이 동물은 건강하고, 운송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간혹 가다 동물들이 비행기 운송 중에 잘못되는 경우들이 있어서, 단두종들의 경우는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대한항공 반려동물 운송 제한 정책
고양이 비행기 티켓(?)

호치민까지 가는 고양이 운송 요금은 15만 원. 이렇게 요금을 결제하면 고양이는 대형 수화물 패킹하는 곳에 가서 이동장을 단단히 포장한 다음 비행기에 실리게 된다. 


꽁꽁 싸맨 도미의 이동장

도미를 카운터에서 보내고 비행기 타기 전까지 못 만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공항을 지나다가 대형 수화물 싣는 곳을 지나게 돼서 도미를 만날 수 있었다. 테이프와 케이블 타이로 이동장을 꽁꽁 싸매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다. 예전에 인천공항에서 이동장에서 탈출한 강아지가 사살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혹여라도 발생하면 안 되니 이중 삼중으로 싸매는 것이다. 공항에서 이동장 패킹을 해 주지만 반려동물을 데리고 비행기를 탄다면 튼튼한 이동장은 필수! 항공용 켄넬도 있으니 소중한 반려동물을 위해 튼튼한 이동장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도미 이동장 아래와 옆에는 다른 강아지 친구들이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견주 분이 오셔서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고 강아지들을 달래주었는데 이 친구들은 미국 아틀랜타까지 간다고 했다. 나는 6시간 정도의 비행이지만 저 강아지들은 꼬박 반나절은 비행기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강아지 친구들도 무사히 아틀랜타까지 갔기를! 나는 새 마따 따비 스틱을 따서 도미 이동장에 넣어주고 비행기로 가는 도미를 본 다음에야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이후 비행기는 별문제 없이 이륙했고 중간에 난기류도 심하지 않았지만 소리가 시끄러워질 때마다 도미가 걱정됐다. 그 동물 칸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환경인지 모르니 불안했지만... 그래도 많은 동물 친구들이 씩씩하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거나 입양길에 오른다. 도미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나는 호치민으로 가는 시간을 보냈다.  


#4. 호치민 공항에서 만난 도미

5시간 30분의 비행 뒤 나는 호치민 공항에 내렸다. 베트남은 한 달이내 15일만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기 때문에 30일 이내 베트남에 다녀간 적 있는 나는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받아야만 했다. 도미를 만나는 시간이 늦어질까봐 나는 엄청 초조했다. 지난번 남편이 도착비자받을 때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린 기억이 있어서 얼른 서류를 써서 제출한 다음 도착비자를 기다렸다. 


화물벨트 앞 덩그러니 놓여있던 도미 이동장

도착비자를 받자마자 입국 심사대를 지나 수화물 벨트로 뛰어갔는데 도미의 이동장이 덩그러니 벨트 앞에 놓여있었다. 이동장 틈으로 보니 도미는 여전히 야옹야옹 울고 있지만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넣어 둔 담요 안에 실례를 하지도 않았고 내가 이동장 틈으로 손가락을 넣어주니 부비부비 하기도 했다. 아,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건강하게 도착했구나 도미! 


나 혼자 산더미 짐 들고 베트남 입국, 정말 힘들었다

원칙대로라면 공항을 나서기 전에 검역증을 제출하고 나가야 하는데 동물 검역 부스가 문이 닫혀있었다. 전화를 해 봐도 기다리라고만 하고... 나는 픽업차량을 예약해둬서 늦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빨리 이 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전에 동물과 함께 호치민 들어온 사람들의 경험담을 떠올리며 그냥 카트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잡으면 그때 검역증을 보여주자, 또 혹시나 돈을 요구하면 적당히 쥐어주고 떠나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너무나 평온하게 나는 아무 일 없이 입국장 밖을 나설 수 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5. 호치민 생활에 적응 중인 도미

이제 호치민에 온 지 4일째, 도미는 우리의 임시 숙소에 잘 적응하고 있다. 아직 화장실이 작고, 사료는 입맛에 맞지 않는 데다, 스크래쳐가 충분하지는 않아도 우리와 함께 잘 지내는 중이다. 이제 우리의 진짜 집에 가서 도미의 원래 짐들이 도착하면 그때는 정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참아줘 도미! 


호치민에서 잘 지내고 있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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