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좌충우돌 호치민 생활기
by 앨리스 Jul 05. 2018

호치민에서 집 구하기 (부동산 편)

start house hunting 

호치민에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거기서 집 사면 엄청 오르겠다"였다. 뉴스를 통해 듣기로 지금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꽤 높은 편인데,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다 보니 몇십 년 전 서울의 부동산 열풍처럼 호치민에도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서울에 비하면 부동산이 싼 가격이기도 하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는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일일 수밖에 없다. 


우리 부부도 투자를 약간 고려하면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당장 집을 사지 않기로 했다. 외국인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집 값만큼 갖고 있던 현금을 온전히 집에 묻어둬야 한다는 것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었고, 베트남은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는 아파트 물량이 제한적이라 전체적으로 외국인 물량은 가격이 비싼 것, 제일 큰 문제는 우리가 아직 호치민을 잘 모른다는 거였다. 나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10년 넘게 살면서도 어디에 집을 사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데 고작 2주 지낸 호치민에 그 큰돈을 들여서 집을 살 수 있을까. 호치민에 거주하지 않고 투자용도로만 본다면 빠르게 결정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우리 부부와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낼 집이 필요했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부는 일단 렌트로 1년 간 지내보고, 그다음 집을 살 지 말 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때 가서 지금과 똑같은 옵션을 고민할 수도 있고, 그 때면 부동산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랐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 도시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집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호치민에 오자마자 시작한 게 부동산 투어였다. 일주일 동안 네 가지 유형의 부동산을 만나고 거의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아파트를 봤다. 나중에는 기억을 하지 못해서 구글 닥스에 기록을 하지 않으면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였다. 


(!) 주의: 아래 부동산 유형별 장/단점은 매우 주관적인 평가이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호치민에서 부동산을 구하는 분이 있다면 여러모로 잘 알아보고 본인에게 맞는 부동산을 잘 찾길 바랍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잘 맞았어도 누군가에겐 아닐 수도 있고, 집을 고르는 것에 대한 판단은 꼭 본인 스스로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 우리 부부가 원했던 조건

(필수) 2 베드룸 (= 70~80제곱미터, 우리나라 아파트로 치면 20평 대 중반까지)

(필수) 가구가 없는 노옵션 (가구는 컨테이너로 한국에서 다 실어올 것이기 때문에 풀옵션 집 필요 없음) 

(필수) 가구 오는 날짜 때문에 입주일은 8월 초 이후

(필수) 지금 임시로 살고 있는 단지의 매물을 원함 

-- 아래는 선호 조건 --

계약기간은 짧은 것을 선호

편의시설이 최대한 가까운 것을 선호 

층높이는 그다지 상관없지만 뷰가 막혀있지 않으면 더 좋겠음 (뷰는 우선순위 낮음)

월세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음 (당연!) 


#1. 남편 회사에서 연결해 준 부동산 

장점: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원활하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꼼꼼하게 잘 알려줬다.

단점: 사무실이 우리 살고 있는 곳 근처가 아니라서 약속 잡기가 약간 어려움. 


가장 먼저 만난 부동산은 남편 회사에서 연결해 준 부동산 담당자였다. 외국계 회사 부동산 업무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수월했고, 만났을 때 오늘 볼 매물 리스트를 미리 준비해서 가져오는 꼼꼼한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구매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구매할 집, 렌트 가능한 집을 모두 봤었고 부동산 투어와 함께 설명도 잘 해줬었다. 


우리 예산에 가능한 집은 이렇게 앞집 뷰

이 때는 잘 몰랐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노옵션 집은 애초에 매물이 별로 없어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웠다. 다른 게 다 괜찮으면 뷰가 별로거나, 뷰가 좀 좋다 싶으면 집이 좀 오래됐거나 편의시설(랜드마크 81)과 거리가 있었다. 역시 부동산 가격은 정직하다. 


#2. 한국 부동산

장점: 100%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우리의 니즈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단점: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매물이 별로 없었다. 


한국 부동산은 단지 내에서 찾아가기도 했었고, 한국에 있을 때부터 따로 연락해서 만나기도 했는데 확실히 현지에서 만난 부동산들과는 다르게 모국어(!)로 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편했다. 우리의 상황과 니즈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고, 그들이 말하는 것도 미묘한 뉘앙스까지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노옵션 렌트' 매물은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호치민에 살러 올 때 일정 기간만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노옵션 집보다는 풀옵션 집을 선호하고, (우리처럼 가구까지 다 들고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치 않다고 했다.) 우리보다는 나이대가 좀 있는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서 대체로 넓은 집을 원하니 그런 듯했다. 아니면 아예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러 오거나... 


그래서 한국 부동산과는 렌트보다는 '구매'에 대한 상담을 더 길게 했다. 


#3. 단지 내 부동산

장점: 가까워서 편하게 오갈 수 있다. 단지 내 매물을 많이 갖고 있다. 

단점: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드물다. 


우리는 단지 내에 위치한 부동산도 몇 군데 가보기로 했다. 단지 안에 있으니 매물이 많을 거라는 기대감에 찾아갔으나 가장 먼저 언어의 장벽에 부딪혔다. 다행히 영어를 하는 직원들이 있기는 했지만 아주 유창하지는 않았다. 매우 간단하게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라 예를 들면..


나: 우리는 원한다 2 베드룸, 노옵션

부동산: A동 X층은 얼마 얼마, B동 Y층은 얼마 얼마

나: 관리비 포함? 

부동산: 포함하면 얼마 얼마, 지금 가볼래?

나: 예스


좀 답답했지만 사실 집 구하는데 제일 중요한 정보를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아서 그럭저럭 이야기 나눌만했다. 사실 집은 눈으로 보면 되고 제일 중요한 건 월세 가격, 입주 날짜 이 정도니까. 정 안되면 숫자로 써서 얘기하면 된다. 


우리는 그냥 찾아들어간 단지 내의 현지 부동산과 가장 많은 매물을 보러 다녔다. 


#4. 페이스북 그룹

장점: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단점: 정신이 혼미해짐, 사기꾼 가능성 있음 


집 여러 개를 보다가 우리는 페이스북 그룹에도 한 번 올려보기로 했다. 집 구하는 사람들의 그룹인데 원하는 조건을 올리면 누군지 모르는(?) 부동산 사람들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지는 곳이다. 좋았던 건 앉은자리에서 매물과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거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메시지가 와서 응대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대부분은 같은 매물을 가지고 여러 명이 말하는 거라서 영양가 있는 정보를 걸러내는 것도 오래 걸렸다. 


메시지 폭격 via FB messenger 

처음에는 하나하나 대답해 주다가 정리해보니 우리가 이미 본 물건도 있고, 3번의 부동산에서 다시 또 들고 오는 것들도 있어서 메신저에서 받은 정보는 그냥 참고 용도로만 쓰게 됐다. 결론은 4번의 행동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한국어로 번역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친구까지..


> [참고] 호치민 집 구하기 페이스북 그룹: Housing Solutions for Expats - Ho Chi Minh City (Saigon)



일주일 동안 우리는 임시로 살고 있는 이 단지 내에서만 엄청난 아파트를 봤지만 결국 계약을 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입주일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데, 보증금이 크지 않은 베트남에서는 한국에서처럼 2-3달 전에 집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다음 세입자한테 보증금 받아서 이전 세입자한테 줄 필요가 없으니 계약이 끝나면 그냥 빈 집을 두고 주변 부동산에 매물이 있다고 정보를 쫙 뿌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에 들어올 사람도 최대한 빨리 들어오길 원한다. 또 호치민의 고급 아파트들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니까 임시로 호텔에 지내다가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고. 


한국에서처럼 집을 보러 다녔다가 우리는 미리 계약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투어나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제 그 단지의 건물 이름, 층수, 호수만 듣고도 대충 어떤 느낌의 집일지 가늠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부동산 투어의 흔적 (내 구글포토)


자 이제 지도만 봐도 대략 어떤 뷰인지 알 수 있다


평면도를 보면 집 구조가 보인다


내가 베트남 가서 다시 집을 보러 다니기로 마음먹은 순간 우리 부부에게는 평화가 찾아왔다. 페이스북 메신저 알림도 다 꺼버렸고, 연락했던 부동산 담당자들에게도 '우리 입주일이 8월 초라서 7월 말에 가면 다시 연락할게'라고 말했다. 


그때 되면 또 우리에게 맞는 집이 나타나겠지. 


호치민에서 집 구하기 (실전편)은 레알 이사 끝나고 업데이트 예정...

keyword
magazine 좌충우돌 호치민 생활기
게으른 여행을 지향하는 부부의 여행기가 주를 이루지만, 종종 저 혼자 다녀온 여행기도 올라옵니다. 요즘은 호치민 생활기를 씁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