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심카드 구매하기
이제 핸드폰, 그러니까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스마트폰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 기계 자체보다는 손톱만큼 작은 유심카드다. 전화 통화나 문자를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를 펑펑(!) 쓰기 위해 유심카드를 사러 갔다.
웹서핑을 해 보니 베트남에서 심카드를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보통 여행자들은 공항에서 심카드를 많이 사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비엣텔이나 모비폰 같은 통신사 매장에서 가서 심카드를 사기도 한다. 나는 근처에 핸드폰과 심카드 파는 가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들어가서 '심카드, 심카드' 외치면 플라스틱 의자가 쭉 늘어져 있는 자리로 안내해 준다. 거기서 나 prepaid 심카드 사고 싶다고 하면 알아서 안내를 해 주는데 심카드 구매를 위해서는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도 미리 체크하고 여권을 챙겨갔었다! 뿌듯)
내가 여행자인 줄 알았는지 나한테 얼마나 여기 머물 거냐고 해서 뭐 1년에서 2년?이라고 했더니 약간 당황하면서 내게 영수증 같은 종이를 내밀었다.
뭐 딱히 규칙은 없어 보이는데 전화번호 후보들이다. 우리나라는 앞번호가 다 010으로 시작하는데 나는 비엣텔(Viettel) 걸로 달라고 했더니 앞자리가 다 016으로 시작했다. (남편은 모비폰 쓰는데 앞자리가 093이다. 내가 여행할 때 미리 사 왔던 심카드는 090으로 시작.) 랜덤 하게 정해 주는 줄 알았더니 엄청난(!) 선택권을 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나마 외우기 쉬운 번호를 선택했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 심카드 가격: 80,000동 (=약 4,000원)
* LTE 데이터 5GB 충전: 90,000동 (=약 4,500원)
* 전화 2시간 충전: 240,000동 (=약 12,000원 / 1분에 1,000동 = 50원)
----> 다해서 400,000동 (= 약 20,000원 / 10,000동 깎아줌;)
전화는 샵에 예약을 하거나 택시기사에게 전화할 일이 많아서 2시간 충전했는데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소진하고 나면 전화는 그냥 조금씩만 충전해도 될 것 같다. (1시간만 할 걸...)
남은 데이터 확인은 어떻게?
다음 충전을 위해 중요한 건 남은 데이터를 확인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더니 문자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데이터 잔량이 일정 이하로 되면 자동으로 문자가 오거나 내가 앱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문자로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중간에 MB 여기만 제대로 보면 된다. 엄청 펑펑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리고 데이터에 만료일이 있다는 건 이 문자를 받아보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하아...) 그냥 계속 쓰는 건 줄 알았더니만.. 뭐,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다음에는 그냥 찔끔찔끔 충전하는 걸로 해야겠다.
전화도 데이터처럼 핸드폰 키패드로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앱으로 보여주는 게 더 쉽지 않나 생각했는데 적응하니까 문자나 키패드로 확인하는 것도 괜찮다. 오히려 더 빠른 느낌? 생각해보니 여기 인터넷 속도가 항상 빠른 건 아니어서 앱으로 보여주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데이터 확인하려고 앱을 들어갔는데 또 데이터를 깎아먹는다거나 (....)
찾아보니 viettel 앱이 있긴 한데 영어 버전을 제공하지 않아서 로그인조차 못하겠다. 이건 베트남어 배우거나 베트남 친구 사귀면 시도해보는 걸로...
그럼 충전은 어떻게?
아직 나는 왕창 사 둔 데이터와 전화가 소진되지 않아서 충전할 일은 없었는데, 찾아보니 마트에서 복권처럼 생긴 종이를 사고 그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고 한다. 그럼 또 입력을 어디다 해야 하나 싶었는데 역시, 키패드로 시리얼 넘버를 넣은 다음 데이터 잔량 확인하는 것처럼 문자로 플랜을 보내면 된다.
(글로 배운 데이터 충전방법에 따르면...)
1) *100# + 시리얼 넘버 + 통화버튼
2) 191번에 문자로 플랜 넘버 (예: 4G200) 를 보냄
여기서 200은 데이터양이 아니고 금액이다. 4G 데이터 200,000동어치(?) 이런 느낌.
해외생활하는 사람 대부분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외국에서는 prepaid plan이 많아서 합리적으로 통신비를 쓸 수 있다. 특히 와이파이가 도처에 널려있는 호치민에서는 굳이 약정을 하거나 후불제로 데이터 양을 보장받을 필요가 없다. 적당히 자기가 쓸 만큼만 사서 쓰고 필요하면 충전하면 끝.
한국에서 쓰던 심카드는 예전 폰에 넣어서 데이터로밍을 차단한 채로 한국에서 오는 문자를 받아보는 용도로 쓰고, 원래 쓰던 카카오톡의 전화번호도 베트남 번호로 바꿨다. (그랬더니 카카오톡이 엄청 휑해졌다.) 이제 진짜 베트남 여행에서 생활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