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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un 26. 2018

이제야 올리는 호치민 답사

정착 전에 한 번 보고 느낌이 왔다

4월 초 즈음부터 해서 베트남 법인으로의 이동(정확히는 퇴사 후 입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원래는 5월 석가탄신일 연휴 쯤해서 호치민 둘러볼 겸 다녀올까 해서 티켓을 끊어두었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빨라지고 6월 초 출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우리는 서둘러 호치민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서 4월 말 + 근로자의 날 연휴 포함해서 3박 5일 동안 빠르게 호치민 여행이 아닌 답사를 다녀왔다. 


나는 그 당시에 퇴사 전이라 휴가를 최소한으로 써야 했기 때문에 금요일 밤 12시에 인천에서 출발하고, 근로자의 날 아침에 출발해서 오후에 한국 들어오는 비행기를 끊었다. 


우리를 반기는 이름표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에 출발해서 5시간 반 정도 비행한 뒤 도착하면 현지 시간으로는 새벽 3시 반 정도가 된다. 하지만 동남아는 워낙 밤에 출발하는 항공편이 많아서 공항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때 한국은 봄이었고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닐 수 있었지만 호치민에 도착하자마자 습하고 더운 공기가 훅 하고 우리를 맞아주었다. 비몽사몽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기절하고 그다음 날부터 제대로 된 탐방을 시작했다. 


1) 1군 시내 구경

우리가 묵은 곳은 1군 시내에 있는 카라벨 호텔이었다. 호치민 시내가 그렇게 크진 않아서 1군에 숙소를 정하면 택시로 어디든 금방 갈 수 있다. 오페라 극장 바로 앞이었고, 나름 호치민의 번화가인 응웬훼 거리(Nguyen Hue Street)에서도 가까웠다. 


광화문 광장처럼 보행자 거리가 조성된 곳
호치민 오페라 극장, 유럽 느낌이 물씬 난다
1일 1마사지는 필수!
보행자거리 끝에 시청사
힙한 분위기의 콩카페
2) 여행자 거리 구경 
부이비엔을 나타내는 표시

첫날 저녁은 호치민에 살고 있는 남편 학교 선배를 만나기로 했다. 호치민 현지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기분은 어떨까. 약속 장소는 '호치민 여행자 거리'로 알려진 곳인데 방콕의 카오산로드를 생각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화려하고 시끄럽고 유흥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긴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훨씬 작기 때문이다. (....) 


알록달록한 등이 걸려있는 곳
어딜가나 오토바이 홍수
해질녘 뷰가 아름다웠던 루프탑 바

저녁 약속이 있었던 곳은 여행자 거리에 있는 호텔의 루프탑 바였다. 날씨가 덥기는 했지만 해질 녘이라서 뜨거운 태양의 기운은 좀 덜할 때였고, 하늘이 노을로 물들면서 주변 등에 불이 들어오는 장면이 아름다웠다. 이것이 열국의 밤인가 싶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것이었다. 


베트남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그 말은 원래 정한 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찾아보면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 때는 이 말 뜻을 잘 몰랐는데 얼마 전 베트남대사관에서 복사카드 사태를 겪고 나니 조금 이해가 됐다. 


* 문제의 복사카드 사태: https://brunch.co.kr/@withalice/109


* 장소: The View Rooftop Bar https://goo.gl/maps/jhfUC94Huxj


3) 거주지 후보 탐방, 빈홈센트럴파크

호치민에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은 크게 빈탄군(빈홈센트럴파크), 2군 안푸/타오디엔, 7군 푸미흥이 있다. 그중에서도 빈홈센트럴파크는 워낙 유명해서 가장 먼저 와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가장 깔끔하고 단지가 커 보였고, 안에 편의시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1층에 야외수영장, 대낮이라 아무도 없었다
조경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호치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랜드마크81

빈홈센트럴파크는 베트남에서 가장 큰 기업인 '빈 그룹'에서 만든 주거 단지로 그 안에 제2 롯데월드 같은 랜드마크 81을 짓고 있고, 학교와 병원, 마트, 공원 등 없는 게 없는 주거단지라고 했다. 와보니 엄청나게 높은 건물 사이로 아직 짓고 있는 랜드마크 81이 보였다. 그리고 호치민 시내와 전혀 다르게 길이 매우 깔끔했고 넓은 공원도 있었다. 


여기가 왜 비싼지 알 것 같았다. 


4) 거주지 후보 탐방, 2군 타오디엔

빈홈센트럴파크에서 다리만 하나 건너면 바로 2군 타오디엔이다. 지금 호치민은 전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1군 중심에서 시작해 2군 - 9군을 지나가는 노선이 생긴다고 한다. 2군 지나가면서 봤을 때는 지하철이 아니라 방콕처럼 지상철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한 건 잘 모르겠다. 


건대 커먼그라운드 같은 느낌의 공간
비싼 김치볶음밥 흡입
평범했던 아파트

여기에는 대로변 중심으로 몰과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다. 내가 들어봤던 건 에스텔라, 마스테리, 칸타빌 이 정도였는데 너무 더워서 팍슨 백화점 바로 뒤에 있는 칸타빌 정도만 보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역시 부동산 투어는 차로 해야 하는데 걸어서는... 절레절레) 칸타빌은 꽤 오래된 건물이었고 밑에 한국어로 된 학원 간판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1군과 멀지 않고 아파트와 편의시설이 집중된 곳이라 살기에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거주지 후보 탐방, 7군 푸미흥 

7군은 1군과 거리가 좀 있지만 신도시라서 전반적으로 길이 크고 넓은 편이었다. 크레센트 몰, 비보시티 같은 큰 몰도 있고 아파트 단지도 꽤 큰 편이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스카이가든 아파트 앞 쪽으로 갔더니 여기가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슈퍼, 여행사, 미용실, 학원 등등 간판도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었고 슈퍼 안에는 한국 브랜드 제품들이 쫙 깔려있었다. 


7군에서 찍은 사진은 커피 사진 뿐

7군에서는 한국에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왜인지 이 곳이 그다지 마음에 쏙 들지 않았고 다른 곳에 살면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7군에 넘어오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호치민 '여행'은 제대로 하지 못 했지만 3일 간 이 곳에서의 '생활'을 들여다보니 막연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마트에서 장 봐서 밥 해 먹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거나 여행 다니고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 물론 겨울과 지하철이 없는 도시라 적응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호치민 방문을 끝내고서 우리 부부는 온전히 호치민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뭐든 해보자, 식구가 우리 부부와 고양이만 있으니 더 가볍게 마음먹고 움직여보자. 


그리고 나는 근로자의 날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해서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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