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 Aug 10. 2018

커피 강국 베트남에서도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

베트남에서 만난 브랜드 (1) 스타벅스

이번 매거진은 베트남에서 만난 브랜드 또는 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 나라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면서 생각할 거리는 없는지 등등. 이 매거진의 첫 브랜드는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참, 제가 보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대로 씁니다.


베트남 커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베트남 커피'하면 달콤한 연유 커피, 아니면 최근 한국에 진출한 '콩카페'의 코코넛 스무디 커피가 바로 떠오를 정도다. 궁금해서 통계를 찾아보니 베트남이 전 세계 커피 생산량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한 블록 안에 카페가 여러 개 있는 경우도 많고, 어디에서나 카페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과연 소문대로 베트남의 커피 맛은 꽤 매력적이다. 쓴 커피 맛과 달달한 연유 맛이 한 번에 느껴지는데, 우리나라 맥심 커피 하고는 또 다른 맛이다.


베트남 커피를 좋아하지만 나는 주기적으로 스타벅스에 간다.


내게 익숙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내게는 생명수, 아이스 아메리카노 만세

스타벅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이나 점심식사 후 회사 건물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자주 들렀는데, 그때마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이렇게 몇 년 간 스타벅스에 다닌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여기에서 그 깔끔한(?)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사실 스타벅스의 커피 맛이 아주 훌륭한 건 아니지만 내게 제일 익숙해서 실패 가능성이 적다고 해야 하나. 한여름 유럽 여행할 때는 차가운 커피가 너무나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갔고, 여기 호치민에서는 너무 쓰지도 달지도 않은 커피가 고플 때 스타벅스에 간다.


또 내게 익숙한 매장의 분위기
매장 한 켠 스타벅스 굿즈와 메뉴판

스타벅스 하면 커피맛도 그렇지만 초록색 로고, 어두운 톤의 가구 인테리어, 적당히 괜찮은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생각난다. 이건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비슷한 것 같다. 매장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어느 나라에 있든지 그냥 '스타벅스'에 머무르는 게 된다.


얼마 전에 랜드마크 81에 오픈한 스타벅스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장 한 켠에는 베트남 풍경을 담은 머그와 텀블러가 있었고 메뉴판은 영어로 돼 있었다. 음료가 나오면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음료에 내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도 똑같다. 메뉴 구성도 시즌 메뉴 외에는 우리나라와 대부분 비슷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나는 거의 아메리카노만 마시니까 다른 메뉴를 잘 보지 않는다...)


대신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1시간마다 다른 번호를 입력해야 함!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콘센트가 여유 있고 자리가 편해서 노트북 작업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빵빵한(!) 와이파이는 기본인데 호치민의 스타벅스에서는 와이파이 접속하려면 영수증 하단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신기한 건 디바이스마다 다른 번호를, 1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번호를 발급받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밀번호가 추가로 필요하면 카운터에 얘기해서 번호를 받으면 된다. (음료를 새로 시키지 않아도 쿨하게 비밀번호는 새롭게 준다. 일단 비밀번호가 고정이면 매장 회전율 떨어지니까 그런 걸까.)


여기도 스타벅스 별 적립 가능!
골드레벨까지 별 90개....남았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카드랑 사이렌 오더 참 열심히 썼었는데 베트남 스타벅스에도 멤버십 카드가 있다. 글로벌 공통은 당연히 아니고 (....) 새로 카드를 만드는 거지만 음료를 마실 때마다 '별'이 적립된다는 건 같다. 대신 한국처럼 충전해서 결제하고 그런 개념은 아니고 카드에는 적립 기능만 있다. 카드 만들고 싶다고 하면 카운터에서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주는데, 온라인 사이트에서 카드번호 입력하고 내 정보와 함께 등록하면 된다. 이후에는 음료 결제 전에 멤버십 카드 주면 별이 적립된다.


베트남 스타벅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
 
이 도시에 스타벅스가 이것 뿐이라니!
서울 중구/종로구 일대만 비교해봐도....!

호치민에 스타벅스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 서울에 유독 스타벅스가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 번화가에 가면 한 블록마다 스타벅스가 하나씩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절대 그 정도는 아니고 스타벅스 하면 '어디에 있는 스타벅스'라는 걸 떠올려야 그 장소에 갈 수 있다. 스타벅스 찾겠다고 무작정 걷다가는 100m 걷고 바로 후회한다. 목적지를 스타벅스로 하고 Grab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역시 베트남, 오토바이와 배달에 최적화 된 스타벅스 커피
왼쪽: 오토바이에 매달 수 있는 홀더를 준다! / 오른쪽: 사용은 이렇게

베트남 스타벅스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아이스 음료에 컵 슬리브 대신 비닐 홀더를 끼울 수 있다는 거였다. 이게 왜 필요한가 했더니 오토바이에 매달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점! 워낙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니니까 커피 테이크아웃하고 오토바이에 매달아서 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차 운전석 옆에 컵 홀더 있는 거랑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베트남에서는 커피 1잔도 배달료만 내면 배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배달원이 손에 들고 가기도 편한 모양새다. (요즘 한국에서는 일회용 컵이나 빨대 사용량 줄인다고 시끌벅적한데 여기에서는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따뜻한 음료는 머그에 받아본 적 있는데 아이스 음료는 대부분 일회용 컵에 담아줬다.)


왼쪽: Grab Food / 중간: Foody / 오른쪽: Chopp


스타벅스 배달 홍보 전단지 / 출처: Foody

여기에서는 뭐든 "오토바이로" 배달받을 수 있는 덕에 당연히(?) 스타벅스도 배달이 된다. 베트남에서 음식 배달해 주는 서비스에 가면 스타벅스가 있고 시켜서 마시면 끝! 아니면 매장으로 전화를 해도 되는데 평소에 듣던 영어 억양이 아니라서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나는 사실 커피 배달에는 큰 흥미가 없는 게 카페에 가는 게 커피를 마시기 위함도 있지만 집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보기 위함도 있어서 커피 배달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베트남 스타벅스 가격은?

내가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톨 사이즈 기준 55,000동.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약 2,750원이고 3천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다. 그렇지만 현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가 한국 돈으로 1,500원에서 2천 원 대인 걸 감안하면 로컬 카페 대비 약간 비싼 가격인 건 사실이다. (참고로 한국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는 4,100원)


궁금해서 찾아본 스타벅스 라떼 인덱스. 서울 왜 이렇게 순위권이죠...

> 출처: http://www.visualcapitalist.com/latte-index-currencies/




나는 앞으로 많은 로컬 카페를 찾아다니겠지만, 괜찮은 아메리카노를 찾기 전까지는 계속 스타벅스에 들를 듯하다. 여기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밥값보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가 될 때도 있지만.


덧)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은 스타벅스에서 쓰지 않았습니다. 어색하게 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