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 Aug 20. 2018

베트남 생활 필수 앱, 그랩

베트남에서 만난 브랜드 (2) Grab

동남아 여행자들 뿐 아니라 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앱이 'Grab(그랩)'이다. 대부분의 동남아 도시들이 그렇지만 1) 대중교통이 아직 잘 되어있지 않고 2) 날씨가 더워서 걷기 힘든 데다 3)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자가운전하기가 어려우며 4) (외국인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해서 택시/카풀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부담이 없다. 특히 나 같은 외국인은 영어로 출-도착지를 설정해서 아무 설명 없이 내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다. 




내가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랩과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했다 보니, 여전히 그때의 습관이 남아서인가 마치 공부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서비스를 들여다보게 됐다. 회사를 다닐 때는 '내가 만들던 서비스'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서비스에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우버나 그랩을 써볼 수 없기도 하고...) 


호치민에 살면 하루에 몇 번이고 쓰게 되는 그랩. 지금이야 단순히 차 부르고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것만 해봤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여기서 음식 배달도 시켜보고 물건도 보내봐야겠다. 


그랩을 써보자   
왼쪽: 그랩 첫 화면 / 가운데: 출-도착지 설정 / 오른쪽: 출-도착지 설정 후

호치민에 발을 내디딘 첫날부터 나는 그랩을 써보기로 했다. 기존에 썼던 카카오택시, 우버와 비슷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쓰는데 별 무리는 없었다.  


그랩 앱을 실행하면 가장 먼저 내 위치를 지도 위에 보여준다. 상단에는 그랩 서비스를 전환할 수 있는 탭이 있고 (이동 - 음식 배달 - 물건 배달 순) 이 탭을 선택함에 따라 다음 스텝이 달라진다. 일단 이번에는 이동에만 집중해서 보면, 하단에는 출-도착지를 선택할 수 있는 필드가 있다. 눈에 띄는 건 내가 이전에 설정했던 목적지가 밑에 숏컷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전에 갔던 곳이라면 굳이 검색을 하지 않고도 바로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다. 


목적지를 검색하는 건 장소 명칭 (POI)이나 주소 모두 가능하다. 그랩이 편한 건 영어로 장소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Vinasun과 Mailinh 앱도 써봤지만 영어로 검색 가능한 장소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구글 지도에 있는 장소는 웬만하면 다 검색할 수 있었고, 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 정해져 있는 쇼핑몰들은 그 지점까지 지정할 수 있었다. 


목적지를 설정한 다음에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책정된다. 호출이 급증하는 출-퇴근 시간이나 갑자기 비가 내리면 가격이 상승하는데 요금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사람들 얘기로는 지난 4월 그랩이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한 뒤로 그랩의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우버를 써 볼 기회가 없어서 가격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끔 요금이 많이 오를 때는 택시보다 비싸질 때도 있다. 그래서 다른 승차 공유 서비스들이 흥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오토바이를 택시처럼

그랩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차량 종류에 '오토바이'가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토바이 하면 위험하고, 퀵 서비스나 음식 배달하는 분들이 타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아마 다른 동남아 도시들도 그렇겠지만) 베트남에서는 도로에 차 반 오토바이 반이다. 아, 어떨 때는 차보다 오토바이를 더 많이 본 적도 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택시처럼 불러서 타고 갈 수 있는 Grab Bike가 있다. 


이렇게 많은 옵션이 있다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 위에 "Grab Car 4 cho"를 선택해서 차를 부른다. 4인용 차라는 뜻인데 보통 경차들이 온다. 운이 좋으면 깨끗한 차를 탈 수 있지만 대부분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Grab Car 7 cho"는 7인승 차로, 시트가 2열로 돼 있다. 나는 얼마 전 가구점에서 가구 샀을 때 저 옵션으로 차를 불러서 왔었다. 일행이 3명 이상이거나 짐이 많으면 큰 차를 부르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아직 바이크를 불러본 적이 없는데 남편은 종종 출퇴근 길에 Grab Bike를 부른다. 이유는 단 하나, 차가 너무 막히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출퇴근 시간이면 호치민 시내에 교통체증이 어마어마한데 택시든 Grab Car든 잡기가 쉽지 않다. 몇 번 시도해서 차 잡다 보면 1분이 아쉬운 출근 시간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고... 반면에 Grab Bike는 바로 잡히고, 교통체증 속에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가끔 보면 차도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인도를 달리기도 (....) 햇빛이 엄청 강한 날이나 비가 오는 날 아니면 한 번쯤 오토바이를 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조심 또 조심!!) 


혜택 끝판왕 그랩 페이, 포인트, 리워드
왼쪽: 쿠폰 + 그랩페이하면 훨씬 싸다 / 가운데: 그랩페이 충전하기 / 오른쪽: 그랩리워드

처음에 호치민 여행 왔을 때는 그냥 차 불러서 현금으로 비용을 지불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현금보다 저렴한 'Grab Pay' 가격이 눈에 아른아른했고 결국 그랩 페이 충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거기다 그랩이 쿠폰을 자주 뿌리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들어가 보면 쿠폰이 적용돼 있는 경우가 있다. 운 좋으면 몇 백 원 수준에 차를 타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랩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랩 페이 크레딧 충전은 외국인들도 해외 결제 가능한 카드로 쉽게 할 수 있다. 최저 10만 동부터 가능했던 것 같은데, 그랩 자주 쓰는 사람들은 한 번에 큰돈 넣어놓고 쓰기도. 그랩 페이 충전해 두면 일단 요금이 현금보다 저렴하고, 그랩 운행할 때마다 받는 포인트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거기다 아까 말한 대로 쿠폰 혜택까지! 


쏠쏠하게 쌓인 포인트는 'Grab Rewards' 메뉴에서 또다시 쿠폰으로 바꿀 수 있는데, 그랩뿐만 아니라 베트남 내에 여러 브랜드의 할인권이나 제품 교환권으로 바꿀 수 있다. 잘 찾아보면 가성비 좋은 쿠폰들이 있어서 소소하게 쓰기 좋다. 


그랩 불러서 목적지까지


왼쪽: 다른 손님 내려주고 오는 기사님 / 오른쪽: 기사님과 메시지하기

그랩 부르면 대략 절반 정도는 기사님이 다른 손님을 내려주고 내게로 온다. 처음에는 이게 답답하다고 느껴졌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느긋하게 집에서 그랩을 부르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올 때쯤에야 내려간다. 기사님 입장에서는 빈 차로 나가지 않아도 되니 효율적인 기능인 것 같다. 물론 손님들 입장에서는 더 기다리는 게 피곤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한테 곧장 오는 차도 가까이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서 이거나 저거나 비슷. (이렇게 점점 여기 사람들처럼 느긋해지는 건가 싶다.) 


내가 타고 있을 때 다른 손님 콜을 수락한 기사님

이동 중 콜 수락하는 건 자동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콜카드 보고 기사님이 수락한 케이스도 있었다. 저 상단에 정보는 승객 이름과 출발지 혹은 도착지 정보다. 기사님이 나에게 올 때는 상단 탭이 2개 (내 출발지 - 내 도착지) 였다가 나를 만나서 탑승처리를 하면 탭이 1개가 되고 (내 도착지) 그 와중에 다른 콜을 수락하면 탭이 3개가 된다. (내 도착지 - 다른 승객 출발지 - 다른 승객 도착지) 기사앱에 내 이름이 적혀있어서 차를 탈 때마다 기사님이 이름을 묻기도 한다. 


그랩에는 기사님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이것도 꽤 유용하게 썼다. 몇 가지 템플릿은 자동으로 번역해서 보여주는데 참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왼쪽: 기사님이 도착하면 번호판이 뿅 커짐 / 오른쪽: 너 계속 취소하면 다음에는 예약이 제대로 안 될거야

기사님이 내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오면 신기했던 게 작게 써져있던 차 번호가 뿅 하고 크게 나타난다. 역시 차 타기 전에는 차 번호를 보고 타는 게 중요! 우리나라와 다르게 베트남의 차 번호는 숫자가 많아서 정말 두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차종을 잘 보지 않았었는데 여기서는 차 제조사 / 차종까지 꼼꼼히 살핀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취소를 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때 나를 멈칫하게 만든 게 있었다. 취소를 하려는 순간 '취소 안 하는 착한 손님은 예약이 빨리 됩니다'라는 경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번 주에 내가 취소를 몇 번이나 했는지가 떡하니 나와있어서 쉽게 취소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베트남 그랩은 일주일에 취소가 7건 이상 (그러니까 하루 1번 꼴...?) 이면 취소수수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어쨌든 예약은 신중하게...! 


왼쪽: 목적지로 향하는 중 / 오른쪽: 나의 여정을 친구에게 공유하기

무사히 그랩에 탑승하면 나의 앱도 '탑승 중' 화면으로 바뀐다. 사실 홈 - 호출 중 - 예약 완료 - 탑승 중까지 화면은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단계별로 위에 타이틀하고 밑에 정보가 조금씩 달라질 뿐 그냥 커다란 지도 화면이다. 여하튼 차에 타면 목적지로 잘 가고 있는지 앱에서 확인할 수도 있고, 나의 여정을 친구에게 공유해서 실시간 현황을 보여줄 수도 있다. 여정이 끝난 다음 저 위치 공유 페이지가 일정 시간 이후 잘 파기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정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래저래 해서 어렵지 않을까 싶다. (먼산) 


* 덧: 그런데 그랩에서는 지도가 안 돌아간다... 구린 비나선 앱도 구글맵 틸팅할 수 있는데 왜죠...?


왼쪽: 하차완료 직후 / 가운데: 평가페이지 진입 / 오른쪽: 평점 3점 이하일 때

(*그새 앱이 업데이트됐는지 색이 미묘하게 다르다...) 


우버나 카카오택시에서 봤던 것처럼 여정이 끝나면 여정의 정보와 함께 기사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랩은 이번 여정에서 내가 지불한 돈이 얼마인지, 포인트는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기사 평가에서는 별점과 함께 코멘트를 입력할 수 있고, 별점이 3점 이하면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겠는지 나름 직관적(;;)인 아이콘과 함께 이유를 작성할 수 있다. 나는 이제까지 딱히 5점 미만의 별점을 줄만한 기사는 없었다. 요금도 정해져 있고, 정해진 곳에서 잘 만나서 잘 도착하면 끝이니.... (그랩 타면서 가장 화나는 건 기사가 날 취소하는 것 밖에 없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랩


이러니저러니 해도, 호치민에서 가장 쓰기 편한 건 그랩이다. 물론 Go-viet이 Car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다른 승차 공유 서비스가 치고 올라오면 모르겠지만... 그전까지는 그랩을 쓸 것 같다. (일단 충전해 놓은 돈이 있어서 이거까진 써야만 한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택시 회사에서 만든 Vinasun이나 Mailinh 앱도 정리를 해 봐야겠다. 그 두 앱을 보면 그랩이 얼마나 훌륭한 서비스인지 알 수 있다. (... 깊은 한숨)


# 참고 (베트남의 승차 공유 서비스)

Go-Viet: https://www.go-viet.vn/ 

FastGo: https://fastgo.mobi/ 

Vato: http://vato.vn/ 


* 글 쓰면서 찾아본 몇 가지 정보

1) 패스트고: FastGo launches ride-hailing app with massive incentives

2) 베트남 승차 공유 서비스: Competition reviving up in Vietnam's car-hailing market

3) 그랩 공식 홈페이지(베트남)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강국 베트남에서도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