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청소, 빨래, 에어컨 청소까지!
대부분 동남아에 사는 사람들이 비슷하겠지만 여기는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가사도우미를 쓰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이다. 도우미의 스펙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2인 가구에 고양이 한 마리 있는 우리 집은 간단한 청소만 해도 충분하다. 처음에는 미련하게 한국에서처럼 내가 다 하려고 했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고 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판단해서 이제는 도우미를 부르고 있다.
보통 아이가 있는 집은 메이드 면접을 봐서 고정 채용(?)을 하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어서 앱으로 호출하는 서비스를 선호한다. 청소가 필요할 때마다 부르면 되고, 가격도 저렴하다.
bTaskee 앱 살펴보기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어 지원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를 보니 호치민 내에 사무실이 7군 한인타운의 중심지에 있던데, 한국인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알고 바로 언어 지원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위치가 먼저인지 타깃 분석이 먼저였는지는 모르지만....)
앱은 역시 매우 간단하다. 메인에서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고르고 주소와 날짜, 시간을 입력한 다음 호출하면 끝. 현재 가능한 서비스는 집안 청소, 빨래, 에어컨 청소다. 눈에 띄는 건 역시 일 년 내내 에어컨 틀어야 하는 나라답게 '에어컨 청소'가 메인 Task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또 세탁은 집에 와서 빨래를 해 주는 게 아니라 세탁소처럼 수거해서 빨래하고 개서 다시 갖다 주는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세탁소에 보통 드라이클리닝만 맡기는데 여기는 온갖 빨래를 다 맡기기도 한다. 나는 지난번 에어비앤비에서 8만 동 (한화 약 4천 원) 주고 빨래 한 무더기 맡겼다가 받았는데 뽀송하게 세탁한 뒤 곱게 개서 온 옷들을 보고 매우 만족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서비스 (대리 주부, 미소 등)를 써봤는데 내가 살았던 동네는 배정이 쉽지 않았고 (분당과 길 하나 차이인데 서비스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집에 있어야 할지 집을 비워야 할지 안절부절못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우미 신청은 앞으로 1주일 이내의 것만 가능하다. 그만큼 도우미가 많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이제까지 내 경험상 배정이 늦어지거나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체로 1분 이내에 배정이 완료되고, 약속한 날에 만나는 것만 기다리면 된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집 크기에 따라 책정된다. 보통 2인 가구가 사는 집이 85 sqm 정도 (20평 대 중반)라고 하면 청소 시간은 3시간, 가격은 14만 4천 동 (한화 약 7천2백 원)이다. (지금 앱에서 확인하니 약 17만 동 정도로 나오는데 홈페이지의 가격 테이블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한화로 만 원이 안 되는 셈...)
도우미가 배정된 뒤에는 그랩이나 카카오택시에서처럼 앱 내 채팅 기능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간단한 메시지는 템플릿이 있고, 서로에게 번역돼서 메시지가 전송된다.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에 bTaskee 유니폼을 입은 도우미가 오면 나는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 청소가 끝나길 기다리면 된다. 집을 비워도 되지만 나는 지금 금고가 없어서 불안한 마음에 집 안에서 적당히 돌아다녔다. 도우미는 약속된 시간 동안 열심히 청소를 하고 끝나면 내게 돈을 받고 돌아간다. 나는 아직 카드 등록을 안 해서 현금으로 돈을 지불했지만, bTaskee 앱에 카드를 등록하고 카드로 결제할 수도 있다.
청소가 끝나고 도우미를 평가할 수 있는데 다른 온디맨드 서비스와 다르게 평가 태그가 매우 세분화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별이 만점이 아니면 어떤 걸 개선해야 하는지 태그가 주르륵 나오는데 가장 위에 '직접 계약을 요구하면 안 된다'가 있는 걸 보니 이런 서비스의 가장 큰 고민이 플랫폼을 통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느껴졌다. 플랫폼을 통하지 않으면 가격은 좀 더 저렴해질지 몰라도 불시의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나는 플랫폼의 보호를 받는 게 훨씬 편하다.
나의 두 번째 집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우미를 불렀다가 2시간 전에 취소한 적이 있었는데 도우미가 그 사실을 모르고 그냥 방문을 했던 적이 있다.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보내려는데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bTaskee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중재 요청을 했고 다행히 잘 마무리돼서 사건을 수습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도우미 분에게 미안한 마음에 수수료 개념으로 5만 동을 드렸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메이드를 구하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건 나 같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던 듯싶다. bTaskee 홈페이지에서 보면 이 나라가 급격하게 산업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러 나가야 하고, 집안일을 할 시간이 없으니 그 일은 전문적인 도우미에게 맡기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하면 도우미들 입장에서도 큰 에너지 소모 없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니 이 나라에 지금 딱 흥하는 아이템일 수밖에 없다.
다음 주에도 도와줘요, bTaskee!
* bTaskee 홈페이지